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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Jan 12. 2020

D-500 | 절을 떠난 중들의 이야기

1부 | 무엇이 우리를 퇴사로 내모는가? - 퇴사하기 좋은 날

1부 | 무엇이 우리를 퇴사로 내모는가? 


[그림2] 추운 겨울 꽃봉오리는 우리의 희망을 싣고

모니터 앞에 앉아 초점도 없이 방황하는 눈동자, 무의미하게 키보드 위를 배회하는 두 손. 모니터 너머 동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며 페이스북에서 간밤의 뉴스거리들을 뒤적거리다, 카톡 대화창을 엑셀 테마로 설정해두고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 그대.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그대의 영혼을 찌뿌둥한 육신에서 잠시 덜어내 건물 밖 큰 나무에 잠깐 걸어두자. 나뭇가지에서 창문 너머 사무실에 앉아있는 그대의 육신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곳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던 그대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가?



-D-500 | 절을 떠난 중들의 이야기


[그림3] 추운 겨울 떠난 사람의 빈자리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어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건 문제의 현상만 보고 본질적인 문제점까지 규정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해결의 시작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부터가 시작. 가장 피해야 할 태도는 case by case의 마인드. - <퇴사일지> 중에서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 옛 동료 A는 언제나 가장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을 오픈하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좋은 아침!' 인사를 건네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먼저 나서서 궂은일도 도맡아 하던 그는 퇴사도 결국 먼저 했다. 그의 공식적인 퇴사의 변은 대개가 그렇듯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였고, 동료들에게 밝힌 퇴사의 이유는 '다른 조직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지만, 큰 행사를 앞두고 함께 밤을 새우던 새벽, 그는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여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어'  현재 그는 싫은 절을 떠나 다른 조직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뭐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사라져 간 많은 동료들,  모두가 각자의 '개인 사정'으로 이 곳을 떠나고 있는 지금. 나는 무슨 사연이나 사정이 없나 되돌아본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끊임없이 나가는 사람만 발생하는 이 곳. 조직이 문제일까, 그저 개인 사정이 자주 발생하는 퇴사 성수기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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