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숙소에서 밥해먹기, 어렵지 않아요

현지 제철 식재료로 간편하고 건강하게 차리는 한 끼

by 호밀씨

일본에서 장기간 맛집을 취재하다 보면 매일 고칼로리 식사가 이어진다. 그래서 영양 균형도 맞추고 여행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침저녁으로는 철저히 야채와 과일 위주로 먹는다. 이 때문에 나는 숙소를 정할 때도 주방이 딸려 있는지, 신선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마트가 가까운 곳인지를 우선순위에 둔다.

KakaoTalk_20241105_003128169.jpg

짜잔. 나의 장바구니를 살펴보자. 야채와 과일, 생선, 달걀 등 신선한 식재료들이 담겨 있지만, 특별한 조리가 필요한 건 없다.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숙소라고 해도 보통 전기레인지나 가스레인지 1~2구 정도에 싱크대도 자그마한 간이주방으로 돼 있기 때문에 손이 가는 요리는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져가는 준비물도 과일과 야채를 씻을 조그만 채반과 과도 정도다(채반과 과도는 조리도구가 갖춰진 숙소라도 없는 곳이 많고, 특히 호텔에서 투숙할 때 아주 유용하다). 최대한 씻거나 데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되 간편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구매한다.


다음은 내가 일본 마트에서 자주 사는 것들이다.


-우동, 소바 밀키트

IMG_0282.JPG 총 400엔으로 완성한 맛난 우동

마트에서 파는 소바와 우동 밀키트는 저렴하면서도 퀄리티가 좋다. 봉지에 든 육수를 끓이다가 면만 퐁당 넣으면 끝. 야채나 어묵, 달걀 같은 토핑은 취향에 맞게 사서 추가하면 되는데, 샤부샤부처럼 야채를 듬뿍 넣고 끓이기에도 좋다. 우동면, 우동 육수를 각각 따로 사면 더욱 저렴하다.

P20241026_091100853_5BC3414C-C4A7-4B6D-9574-86B823BBE1E8.JPG
P20241025_175902541_F970E24A-7EDF-43BF-8C14-F415D5EE0443.JPG
교토산 구운 두부, 알 굵은 낫토로 차린 아침 식단(좌)/달콤하고 큼직한 유부가 든 소바 밀키트에 쪽파만 썰어 넣었다(우)


-토마토

일본 토마토는 육질이 부드럽고 달콤한 완숙만 팔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다.


-파프리카

한국산 파프리카를 주로 팔고 가격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좀 더 저렴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꼬박꼬박 섭취한다.


-마

마를 사랑하는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싱싱하고 손질이 잘 된 마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두부, 낫토

일본은 두부와 낫토 종류가 정말 정말 다양하다. 브랜드마다 맛도 식감도 다 다르기 때문에 매일 바꿔가면서 먹는 재미가 있다.


-생선구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 좋다. 냄새가 배지 않게 조심.


-달걀

일본 달걀은 소금이나 식초를 넣지 않아도, 끓는 물에 넣지 않아도 껍질 까기가 아주 쉬워서 단백질 보충용으로 필수로 삶아 먹는다. 이왕 여행 온 김에 평사에서 기른 동불복지 달걀을 고른다.


-양상추, 양배추

일본에서 양상추, 양배추는 아주 저렴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야채다. 양배추는 씻고 잘라서 소분해 파는 것들이 많아서 특히 간편하다.


-도시락, 식빵, 샐러드팩

P20241022_194356686_8422DEEE-7AC4-4078-AABE-376FE2AD1511.JPG
P20241030_080757500_BE261A78-4E78-455A-B559-00C858AA0171.JPG
P20241030_081345803_B5E50A16-1F01-49C4-AD8E-F0C088AF1881.JPG

너무 피곤해서 달걀을 삶는 것도 힘든 날에는 마트에서 도시락, 닭고기구이, 함박스테이크 같은 간편식을 사다가 야채와 과일만 씻어서 먹기도 한다. 그리고 야채와 과일을 씻기도 번거로운 호텔에 머무를 때는 마가린이나 버터가 들지 않은 담백한 식빵과 샐러드팩을 사 먹는다.


물론 취재를 하다 보면 저녁에 이자카야에 갈 때도 있고, 야식으로 타코야키나 라멘을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구성을 기본으로 해두면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행 후에 아프거나 살이 찌는 일도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다. 무엇보다 일본 마트 물가를 체험해보고, 궁금한 지역별 제철 식재료를 맛보는 일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 프라이팬만 있다면 와규도 구워 먹어 보자.

일본 맛도리 여행은 숙소에서도 쭈~~욱.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프니까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