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카페
목조가구와 은은한 조명으로 이루어진 차분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디저트, 가벼운 식사를 즐기는 킷사텐(喫茶店)은 일본의 옛 감성 물씬 나는 다방이다. ‘차를 마시는 공간’이란 뜻의 킷사텐은 마스터가 정중하게 끓여주는 커피 한 잔, 수십 년간 한 지역에 뿌리를 두고 단골들에게 사랑받는 친근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일본 영화나 드라마 배경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오사카는 일본에서 킷사텐이 가장 많은 도시로, 지역마다 유명한 킷사텐이 몇 군데씩 자리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흡연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금연 정책이 시행되면서 비흡연자들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킷사텐의 꽃은 아침에 제공하는 모닝 메뉴다. 핫케이크, 달걀샌드위치, 나폴리탄 등 간단한 식사류가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데, 500엔대부터 저렴하게 제공되어서 여행 중 조식 장소로도 괜찮은 공간이다. 요즘 카페에서는 팔지 않는 옛날식 디저트를 맛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어준다.
다음은 오사카 킷사텐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커피젤리
적당히 달콤하면서 쌉쌀한 커피 맛이 강하게 감도는 젤리다. 고카페인이어서 정신이 번쩍 드는 나의 킷사텐 최애 디저트.
믹스주스
바나나, 과일통조림, 우유 등을 넣고 간 오사카식 주스. 다른 지역에선 맛보기 어려우니 오사카에 왔다면 한 번쯤 먹어보자.
크림소다
메론소다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넣은 음료다. 맛은 그야말로 탄산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비주얼이 예쁘고 호기심을 자극해 SNS에서 인기가 높다.
푸딩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우면서 쌉쌀한 캐러멜이 혀에 착 감기는 푸딩은 어느 킷사텐을 가더라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나폴리탄
일본식 토파토 파스타. 케찹과 비엔나소시지를 넣는 것이 국룰로, 파마산 치즈나 달걀프라이 첨가 여부는 가게마다 다르다. 이것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맛이어서 그리 특별하진 않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추억의 음식으로 꾸준히 사랑받는다.
핫케이크
달지 않은 핫케이크에 버터를 올린 것. 아침에 따끈하고 부드럽게 먹기 좋다.
달걀샌드위치
오사카식 달걀샌드위치는 두툼한 달걀말이를 통째로 넣는 것이 특징이다. 삶은 달걀을 부숴 마요네즈와 섞은 것과 달걀말이를 함께 조합하기도 한다.
킷사텐은 오사카뿐 아니라 교토, 고베 등 간사이 지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이드북 취재로 바쁘게 돌아다니다가도 놓치지 않는 일은 따스한 햇살이 스민 오래된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일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킷사텐이야말로 ‘아 내가 일본에 왔구나’를 실감할 수 있는 장소다.
간사이 여행 중에 가기 좋은 킷사텐은 최근 출간한 오사카 가이드북 <디스 이즈 오사카> 구석구석에 소개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여행 중 구글맵에서 ‘大阪喫茶店(오사카 킷사텐)’ 또는 ‘大阪珈琲店(오사카 코히텐(커피점))’이라고 검색한 다음, 숙소와 가까운 킷사텐을 찾아 모닝 메뉴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