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무더운 날에 방학이 시작됐다.

by 쓰는 사람 효주

무더운 날의 연속.


퇴근 후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받고 있는 작은 꽃나무와 마주쳤다. 너의 뜨거움을, 하늘에서 내리는 강렬한 빛을 담아볼 수 있을까? 싶어 휴대폰을 꺼냈다. 사진은 묘하게 그 두 가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자기만의 눈으로 화면을 저장해 버렸다. 돌아오는 길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을 보는데, 내가 본 것과 완전히 달라 그게 너무 이상해 찌푸린 눈으로 사진을 보고 또 봤다. 우리가 가진 시선과 눈이 다르면, 같은 것도 완전히 다르게 볼 수밖에 없음을. 인생도 사랑도 꿈도 무엇을 품고 보느냐에 따라 변화하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기나긴 인생을 나는 어떤 눈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눈이 흐릿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근흥 앞바다 위로 떠오른 구름들이 대단했다. '여름이네, 저건 완연한 여름의 구름이다. 여름만이 만들어 낼 수 있고 여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구름'. 그렇지만 이 구름을 보기 위해 우리가 치려야 했던 대가는 너무 컸다. 삽시간에 강물하나가 땅 위로 떨어져 버렸으니, 산은 무너지고 집들은 버티지 못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지만, 그중 일부는 끝내 강물에 휩쓸려야 했다. 인간이 누렸던 자연의 풍요는 자연이 내어주는 것 이상으로 지나쳤다. 내어준 만큼 되돌려 받아야 하는 자연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기 것을 전부 토해내야 했나? 안타까운 건 탐욕을 부린 건 소수의 부자들인데 고통을 받는 건 다수의 약자들이란 사실.


아이들을 운동시키기 위해 나 역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매일 밤, 억지로 나가는 큰애와 그 애를 다그치는 나. 헬스장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땀이 나도록 뛰는 큰애, 나는 큰애 덕에 빠지는 날 없이 매일 운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큰애 때문에 다시 시작한 운동이 결국 누구를 살리고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나일 가능성이 크다. 큰애덕에 더 건강해지고 더 활기차질 수 있는 건 나니까. 그러고 보면 아이들을 키우면서 크는 건 나도 마찬가진가 보다. 철없고 이기적이었던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었다는 것도 기적이고 그 과정을 통해 이만큼 성숙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늘 잔소리만 하는 엄마지만, 아이들 덕을 보고 살고 있는 건 정작 나였으니 잔소리 들을 사람은 바로 '나'일 가능성이 크다. '미안해 얘들아. 이제 조금만,,,,,, 그래도 수학 61점은 너무 하더라..'


방학을 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삼시 세 끼가 두렵다. 요리를 즐기지 않은 나로서 정말 무서운 일이다. 왜 인간은 세끼를 먹어야 하는지. 누가 그걸 정해 논건지 알턱이 없지만, 하루 두 끼만 먹어도 건강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된 논문들이 많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자연의 배꼽시계에 맞춰 먹는 일이 더 건강에 좋다고 했는데.... 일꾼을 써야 했던 고대 귀족들이 삼시세끼를 만든 건 아닐까? 일을 시키려면 일단 먹여둬야 햐니, 하루 세끼로 노예들을 달랜 게 아닌가!!!! 여하튼 아이들은 성장기니 세끼를 챙겨줘야 한다. 그건 아직까지 엄마의 몫이다. 남녀평등이니 아무리 강조해도 세끼를 책임져야 할 의무감은 엄마에게 더 큰 게 현실이니까. " ㅇ, 얘에에들아. 뭐 먹고 싶니? 간단한 걸로 말해봐~~"

일단 내일 아침은... 오늘 저녁에 먹다 남은 감자 소고깃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