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자는 고백 / 김소영

독서로 연결되는 사람 사이

by 쓰는 사람 효주

어떤 책은 읽고 난 후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이야기를 들어줄만한 사람이 없어 서운해하곤 하는데 대신 그런 이야기를 마음껏 남길 수 있는 블로그에 글을 썼다. 때때로 조회수가 몇 천이 넘어가는 게시물이 생기곤 했지만, 그 몇 천명 중 몇 명이 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봤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정보성 글이 가득한, 혹은 그런 글이 주로 인기가 있는 블로그에서 나는 독불장군처럼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썼다. 2004년이란 까마득한 시간에 시작한 블로그는 이미 최적화가 이뤄졌던 건지 책을 읽고 남긴 글들은 대부분 검색 상위를 차지했기에 유입은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러나 내 글에는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글 쓰는 날이 길어질수록 내 글은 개인적인 취향 가득한 에세이로 변해갔고, 그 때문인지 방문자수도 줄어드는 중이다.


아무리 똑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반응이 나오듯이 각자만의 독서를 쌓아갈 뿐이지 않을까? 89페이지에 있던 내용이 너무 좋아 밑줄을 그었던 나와 다르게 111페이지의 내용을 필사하고 잊지 못할 문장으로 평생 기억하려는 사람이 있을 테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누군가 열심히 읽어내려 간 역사를 담아놓은 책들을 찾는다. 내 지도를 어떻게 확장하고 넓혀가야 할지 망막할 때 주로 그렇다.

그러면 나보다 먼저 읽어 낸 사람들의 독서목록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데 나는 그것을 고대로 베껴갔다가 내 것으로 삼는다. 그럴 때마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곤 하는데, 먼저 달려간 사람이 전해주는 계주경기의 바통처럼 얼른 그것을 받아 들고 달려가는 나는 신이 나서 웃음이 난다.


<같이 읽자는 고백>은 그런 책이다. 유명 작가분들이나 편집자분들이 추천해 주는 책을 한 아름 선물 받았다.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간단한 독후감이 어우러져 재밌었다. 작가들의 독후감을 읽는 행운. 덤으로 소개해주는 작가분들도 알게 되고 그분들이 써낸 책도 함께 소개 했기에 앞으로 읽어야 할 목록이 상당히 채워지는 기쁨을 누렸다. 이제 지도를 열심히 그릴일만 남았구나.

유명인의 책 추천이라 뭔가 특별할 거라 여겼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았다. 다들 자기가 읽고 좋아서 다른 누군가도 함께 읽어주기를 바라는 책을 추천했다. 기막힌 내용이거나, 수준 높은 문학가들의 칭찬을 두루 받은 도서들은 아니었다. 다만 읽고 나서 생각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그런 류의 책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책이야말로 굉장하다 여긴다. 아직 내가 모르는 길이 이렇게나 많구나를 기뻐하며 그 세계를 알게 될 즐거움 앞에서 배시시 웃는다.


이 책을 읽기 전날 나는 거의 몇십만 원짜리 젤리를 삼키고 말았다. 일전에 금으로 해둔 충치치료 부위가 젤리와 버무려져 그대로 입속으로 들어가 버린 거다. 개당 백원도 안 되는 젤리를 금과 함께 삼켰으니 젤리의 몸값은 치솟았고, 우리 가족은 나의 대변을 뒤져서라도 금을 찾아내느냐 마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금젤리 대신 그에 버금가는 좋은 책들을 소개받았으니 이걸로 퉁치자하며 마음을 위로해 본다.(그날따라 젤리가 유독 더 맛이 좋았던 이유가 있었구나)


마음의 책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은유작가는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라는 책에서 " 시를 읽는다고 불행이 행복으로 똑딱 바뀌지는 않지만 불행한 채로 행복하게 살 수는 있다"라고 했다. 책도 비슷하다. 책을 읽는다고 불행이 행복으로 짠! 바뀌진 않지만, 불행한 일은 불행한 대로 두고서라도 읽을 수 있고 그때만큼만 행복하기는 언제든 가능하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내 삶을 버텨냈다.

그런 일에 에너지를 넣어주는 일 역시 독서로 가능한데 이를테면 이런 책을 가끔 옆에 두는 것이다. 타인의 독서는 그래서 항상 옳다. 사람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든든한 고리로 독서만 한 것도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 역시도 책이다. 내 독서지도의 힘은 다른 작가들이 친절하게 소개해준 책 속의 책에서 나왔다. 덕분에 나는 이슬아와 은희경과 천선란 등의 젊은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이제 그들을 친구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들은 나를 모를 테지만, 나만 아는 친구 독서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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