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이건 무슨 제목을 붙여야 할까요?

by 쓰는 사람 효주

하늘하늘 바람에 꽃이 흔들린다. 퇴근하던 길에 멈춰 서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셔터를 누른다. 나비가 날아와 꽃잎 위에 가만히 앉았다. '나도 찍어줘요'하길래 찍어줬다. 이며, 나무며, 하늘이며, 풀이며,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들이 있다. 돈들지 않고 힐링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무념무상하는 일이 떠올랐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지만 저절로 알게 되었다. 일곱 살 나른했던 오후,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시골집 마루에 앉아 지나가는 뭉게구름을 보며 언니와 함께 모양 맞추기 놀이를 했던 시간,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즐겁다는 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던 구름들은 어른이 되어도 종종 나를 찾아와 준다. 그리고 반갑다는 듯 나를 본다. 사십 년 전 그때 그 구름일리 없는데 나는 그때 보았던 구름과 닮은 구석이 있는지 찾곤 한다. 매일매일 변하는 하늘에 같은 구름이 있을 리 없지만, 아주 드물게 먼저번에 보았던 구름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아 반가워 하기도 했다. 수만 년 전 인간이 품었던 생각과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이 닮았듯이, 구름도 처음 지구 위에 자리 잡았던 모습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 테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란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들이 많아 일순간 나는 다른 세상을 오가곤 하는데 어떤 때는 과거의 어느 날을 다녀오기도 하고, 한번도 떠올리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바로 지난밤에 있었던 일이나,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 홀로 보았던 넷플릭스 영상의 일부분을 재생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몽상은 옆에 있던 타인이 나를 깨우기까지 계속된다. 가끔은 그렇게 떠오른 상념들을 글로 쓰고 싶은 욕구가 차오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연필도 노트도 없다. 스마트 폰에 남기는 건 생각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 다행인 것은 키보드 앞에 앉는 행위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연필이나 볼펜으로 쓰는 행위만큼 키보드의 다닥다닥 거리는 소리와 어우러지는 글쓰기가 나에게 즐거운 일이다. 하얀 바탕화면에 글이 채워지고 어떤 것이든 이야기가 기록되는 일이 즐겁다. 나도 내가 이런 일을 즐거워할 줄 몰랐다. 언제나 싫증을 잘 내는 편이었으니까. 책도 맥락없이 읽는다. 소설을 읽다가 수필로 수필에서 지식서로 지식서에서 자기 계발서로 또다시 소설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주로 읽은 책을 보면 소설과 수필이다.


공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소설을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에세이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는 두 가지를 다 좋아한다. 공상하기와 타인의 삶 엿보기. 그래서 소설과 수필을 많이 읽었다. 그동안 만났던 소설 속 인물 중 똑같은 인물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하긴 지금껏 살면서 마주쳤던 사람도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 소설이나 세상이나 그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에세이에서는 좀 다르다. 에세이는 비슷한 생각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특히 나와 지독히도 닮은 사람들도 만난다. ' 아. 이런 이건 완전 내 생각인데!, 이런 이런 얼마 전에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이 왜 여기 있는 거냐.. 내가 먼저 썼어야 하는데'하는 혼잣말들이 저절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가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꽤나 비슷하다는 걸 느끼는데 그것을 담아내는 문장이니 비슷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나는 잡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내 글이 잡글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제목이 잡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