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 4년째입니다.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떠올려 보세요.

by 쓰는 사람 효주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을 읽은 지 4년째입니다. 진짜 하루도 거르지 않았냐고요?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읽지 않고 자나친 날은 하루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물을 수도 있고, 나 역시 그렇다라고 공감할 수도 있고, 자신은 10년째라며 자랑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요. 4년간 매일 읽었다는 일이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해보니 알겠어요. 오래전 책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었다는 사람의 글을 읽을 땐 그 사람이 엄청나게 대단해 보이고 나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지요. 그런데요 직접 해보니깐 왜 그게 가능한지 알겠더라구요. 알게 되니 대단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결은요. 없어요. 그냥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읽었어요. 철저한 계획 같은 거 하나도 없었고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라는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다만 읽을 것을 손 닿는 곳에 가득 쌓아 두기만 하면 되더란 말입니다. 하루에 딱 5분만이라도 읽게 되더란 말입니다. 눈에 띄는 곳마다 책이 있는데 안 읽을 수가 없더란 거죠. 하물며 요즘엔 전자책도 있잖아요. 클릭 한 번으로 베스트셀러를 읽을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주변에 책이 없어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느라 시간을 내내 낭비하고 있어도 읽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언제든지 읽게 되더란 말이죠.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수첩을 꺼내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허나 당신이 원래 저처럼 계획형 인간이 아니라면, 그냥 조용히 펜을 내려놓고 아까운 페이지 낭비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도 꽤 많은 수첩이 있지만, 대부분 앞페이지만 몇 글자 적혀 있을 뿐이지요. 저의 다이어리는 언제나 1월에서 시작해서 3월쯤이면 빈 공간이 늘어나고 5월쯤이면 급기야 새 다이어리와 같은 모양이 되고 맙니다.


계획형 인간이 아니라는 자각을 먼저 하세요. 계획형 인간이 아닌데도 계획만 짜고 있다면 당신은 내내 실패하고 괴로워하는 일을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처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문장이 왜 생겨났겠어요. 유명한 문장들이 유명해지는 이유는 그 말이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통해 온몸으로 깨달은 사람은 " 아하!! 먼저 나를 알아야 하는구나!!" 하며 새로운 지혜를 깨달은 사람처럼 좋아라 합니다. 그 말을 지겹도록 들었던 시간 같은 건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요. 계획형 인간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마흔이 넘어서야 했어요. 그러니 세상에 태어나서 40년 가까이 저는 내내 실패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나를 모르고 누구처럼 되고 싶다. 혹은 어떤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만 앞세웠던 거지요. 잘 아시겠지만, 혹은 아직 모르고 계실 테지만, 인간은요. 자기 자신 말고는 어떤 것도 될 수 없는 존재란 말입니다. 저는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더란 거죠.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매년 학년이 바뀌면 반이 바뀌고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설레고 좋았어요. 왜냐면요. 그 안에 나를 아는 아이가 적을수록 저는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늘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너무 까불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우스운 농담으로 친구들을 웃기는 게 즐거웠어요. 그런데 그런 제가 싫었어요. 전 좀 얌전해지고 싶었어요. 공부도 월등히 잘하고 조용하고 말이 없는 아이가 되고 싶었죠. 마흔이 되어서야 그게 불가능한 일이며,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답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지요?


때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일이 있어요. 근데 그 때라는 게 사람마다 너무나 달라요. 어떤 이는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이런 사실을 깨달았을 수도 있겠죠. 제 삶의 시간은 이제야 그런 깨달음을 주네요. 또 어떤 이는 영영 깨닫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요. 왜요?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날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자신에게 묻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질문하지 않는 삶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을 수 없겠지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란 물음은요 결론을 내야 할 질문이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은 그냥 과정을 겪기 위한 질문이죠. 어떻게 살고 싶은가란 질문을 하면, 어떤 과정을 겪을 것인가를 선택하게 되잖아요. 그 선택이 답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일단 책을 읽겠다는 선택을 했어요. 그것이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요. 책을 읽는 일상을 살면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시도한 거죠. 그 시도 끝에 나란 인간은 계획에 취약함을 깨달았고, 계획 같은 거 잘 못 세우고 잘 지켜내지 못해도 1년에 백여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실천을 통해 알게 되었죠.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또 묻는 거죠. 어떻게 살고 싶은가?하고요.


묻고 답하는 과정만이 깨달음의 길로 인도합니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요. 늘 저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거죠. 좋은 책은 읽고 나서 개운해지는 책이 아니라 자꾸만 더 궁금해지고 더 묻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책을 매일 읽는 저는 그래서 질문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질문들이 글이 되고요. 그 글들이 시간을 기록합니다. 이렇게 저의 시간이 또 한 편의 글로 남았네요. 그래서 오늘도 신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