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른다는 것

by 소피아미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본 적 있다. 극 중 손석구, 김지원 커플이 독특하다. 김지원이 다짜고짜 손석구에게 본인을 추앙하라고 부탁 같은 명령을 한다, 명령 같은 부탁인가. 추앙. 엄청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 참으로 낯설다. 좋아하다, 사랑하다, 예스럽게 연모하다를 뛰어넘어 어찌 추앙을 끄집어냈을까.


이 특이한 커플은 대화 내용도 남달랐다. 염소를 잡아먹는 것에 대해 김지원이 차분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집에서 키우던 염소는 옆집과 맞바꿔서 잡아먹는다는 것. 손석구는 이름 부르며 키우던 것을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냐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김지원은 잡아먹을 것에게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고.


내가 다니던 철학 수업의 교수님도 같은 얘기를 하신 적 있다. 복날 보신탕 끓일 때 옆집 개랑 바꿔서 했다는. 그 개들도 이름이 없었을 것이다. 김춘수의 꽃을 이 시점에 떠올리는 것은 좀 웃긴 일일까. 개에게 이름을 안 지어준 것이 아니라 못 지어준 것이리라. 차마 이름 부르던 것을 어찌 먹겠는가.


2024년 1월 9일 우리나라에서는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프랑스 유명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그리 부르짖어도 소용없던 일이었다. 그동안은 문화차이라면서 개 식용을 옹호하는 사람이 많았었는데 확실히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가 보다. 반려견이라는 말도 생기고 이제 개는 한 집안의 식구다. 이제는 웬만한 인간보다 더 팔자 좋은, 어엿한 이름을 가진 강아지들이 세상에 널렸다. 이제 복날 개 잡듯, 이라는 말은 영원히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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