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박람회’는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주관하여 5년마다 개최되는 인류의 기술, 문화, 문명을 교류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 행사다. 그 시초는 1851년 영국 런던의 ‘수정궁 박람회’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서는 그 유명한 에펠탑이 탄생했다.
부산시장은 2030 세계 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개최지 발표를 1여 년 앞둔 2022년 6월 16일, BTS에게 부산 박람회 유치 기원 홍보대사를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들이 BTS의 부모님까지 찾아가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군 복무를 앞두고 완전체 활동을 접었던 BTS는 홍보대사가 되어 2022년 10월 15일 콘서트 ‘2030 세계 박람회 유치 기원 BTS 옛투컴 인 부산’을 공연했다.
나는 그 콘서트가 열리기까지의 우여곡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같은 해 7월 19일 BTS는 ‘부산 박람회 유치 기원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했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 대기업 회장, 부산시장이 함께 했다. 모든 행사의 끝인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직후, 앞줄에 섰던 당시 대통령실 정책 조정 기획관이 뒤를 돌더니 BTS 멤버 V를 향해 돌진했다. V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그 사람은 V의 의사도 묻지 않고 V의 한쪽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순식간에 손목이 꺾인 V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쩔쩔맸다. 그 사람은 V가 옆에서 당황하거나 말거나 앞을 바라보고 웃으며 사진 찍는 포즈만 취했다. 볼일이 끝난 뒤 그는 사라졌다. 나는 그 사람의 무례함에 경악했다. 그 무례함은 BTS 부산 콘서트의 공연과 박람회 개최지 발표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의 전초전이었다.
콘서트 공연 장소로 부산시가 지정한 곳은 기장군의 작은 어촌에 있는 폐공장 부지, 허허벌판 바닷가였다. 일명 ‘부산 일광 특설무대’에서 BTS 콘서트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객은 10만 명. 나는 또 한 번 경악했다. 콘서트 장소로 정해진 곳은 도저히 콘서트를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곳까지의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완전 공터라서 매점,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이 전무 한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출입구가 단 2곳뿐인데 둘 중 하나를 VIP 전용으로 쓴다는 것. 그러면 출입구 하나를 가지고 10만 명이 드나든다는 이야기가 된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에 동선 분산은 기본 중 기본이다. 참고로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은 출입구가 54개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오후 6시 공연 시작인데 아침 9시부터 입장하면 된다는 황당한 대안을 이야기하고 그마저도 퇴장 방식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어떤 안내도 하지 않았다(SBS뉴스, 10만명 몰리는데 출입구는...BTS콘서트 괜찮나).
또 한 가지 왜 10만 명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왜 10만 명이었는가에 대한 어떤 결론도 낼 수가 없다. 여론이 들끓자 부산시는 BTS 소속사 하이브에서 먼저 10만 명 장소를 요청했다고 책임을 떠넘겼을 뿐이다. 글쎄, BTS와 10 수년 함께 공연을 꾸려온 회사인 하이브가 그런 주먹구구식 요청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왜 10만 명을 고집했나에 대한 기사가 있기는 하다. 더 탐사라는 시민 언론사에서 당시 여당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여당 관계자는 “아닌 게 아니라 ‘천공’이라는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이 10만 명이 수용 가능한 곳에서 공연하라 언급해서 그렇게 된 거였어요. 정당 내부에선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다.
아미들 사이에서는 천공이 유튜브에서 ‘BTS, 10만 명, 홍보대사’ 등을 언급한 내용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지금도 유튜브를 찾아보면 나온다. 설마 했지만 지나 보니 10만 명과 천공과의 관련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공연 장소는 5만 3천 석을 보유하고 출입구도 72개인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으로 변경되었고 열정적이었던 콘서트는 무사히 마쳤다.
BTS가 이런 노력을 보탰지만,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던 한국 정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2030 세계박람회는 결국 119 : 29의 압도적 표 차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되었다.
실패 원인으로 부산시는 미래 비젼을 보여주는 행사인 엑스포를 단순 관광 이벤트로 오판했고 특히 한국 문화와 연예인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홍보전략이 문제였다고 한다. 그 지나치게 의존한 연예인이 BTS다.
몇 달씩 하는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1회 콘서트 하나도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니 차라리 떨어진 것이 다행이다, 싶다. 못난 어른들의 한심한 일 처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단체 활동을 접었다가 콘서트 한 번을 하기 위해 BTS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고생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다. 나는 못난 어른들이 자신들이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군입대를 앞둔 그들에게 모든 짐을 떠넘겼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군입대 전 아들들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인가. BTS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나랏일에 도움이 필요하면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 BTS는 지금까지 많은 행사에 그래 왔다. 하지만 이번 일처럼 어이없이 이용만 당한 느낌은 처음이다.
하지만 씩씩대는 나와는 다르게 BTS는 그 콘서트가 아미들에게 주는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선물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그들에겐 무책임한 어른들의 책임을 대신 짊어진 무거운 짐이 아니었을까.
시간은 흘러 그렇게 군대 갔던 그들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병장이 되어. 이미 그들은 새로운 선물을 준비했다. 전 세계 월드 투어 ‘아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