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미신을 부른다

by 소피아미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은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톡톡 튀고 신선하다. 여기서 신선하다는 건, 세상의 룰을 잘 따르지 않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방송에서 분위기상 Yes라고 말해야 하는 때도 김희철 혼자만 No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생활을 좀 해본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안다. 늘 당당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은근히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한 번은 어느 방송에서 지인을 자신의 집에 초대했는데 집 출입구에 거울을 보여주면서 “인테리어 할 때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거울이 있으면 안 좋다는 거야. 그래서 궁금해서 거울을 달았어. 근데 별일 없던데”. 와~ 이런 테스트를 했다고? 요즘 말로 ‘기존쎄’가 이거다 싶다.

나도 시시껄렁한 미신을 따르지 않고 살아온 편이다. 다행히 신랑과도 그런 부분에 합이 잘 맞아서 결혼할 때 궁합도 보지 않았고 결혼 날짜도 우리가 편한 날로 잡았다. 이사할 때 손 없는 날에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눈치껏 넘기고 따르지 않았다. 미신, 넓게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불안을 미끼 삼아 더 세가 커진다. 일종의 마케팅 기법이라고나 할까.


그런 종류의 불안 때문에 결혼 후 나는 딱 한 번 무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을 찾은 적이 있다. 용하다고 소문난, 동네 친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할머니 무당이었다. 당시 남편은 다시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해서 다른 직업을 가지려 하던 때였다. 서른 중반을 향하던 남편은 생각보다 공부도 잘되지 않았고 경제적 문제도 점점 어려워졌다. 그 친구가 함께 가자고 할 때, 나는 관심 없었다. 그런데 남편은 가보라는 것이었다. ‘으잉? 왜 이러지 이 사람?’ 내 예상보다 남편은 더 힘든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무당과 독대하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이런저런 잡담 끝에 무당은 50만 원짜리 굿이었는지, 부적이었는지를 하라고 했고 나는 그냥 나왔다. 고대로 집에 가서 남편에게 전했더니 “시키는 대로 하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50만 원은 당시 우리에게는 큰돈이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까지 미신과 상관없이 살았는데 그런 길로 빠지기 싫었다. 그래서 얼레벌레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속상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내가 알던 당당한 남편이 이미 아니었다. 이렇듯 불안감은 사람을 그런 것에 혹하게 한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미신에 흔들리지 않던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쯤이었다. 텔레비전 아침 방송에 도사같이 생긴 분이 나왔었다. 관상, 손금, 족상 이런 유의 얘기를 했었다. 방송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네, 하며 집중해서 시청했다. 그분의 마지막 결론은 관상, 족상, 이런 것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심상’이라고 힘주어 말했었다. 그 순간 그 말이 내 마음에 박혀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있다. 삶은 우연의 연속이다. 하필 그 시간, 평소 잘 보지 않던 아침 방송이 내 삶의 지침이 되었다. 그 방송을 본 후 나는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그리고 미래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담대함도 생겼다. 어쩌면 김희철은 미신을 많이 신경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괜찮은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은 다른 모습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미신에 관심 없이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이 끝내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많은 부침이 있었고 건강도 나빠졌다. 그래도 순간순간 나의 선택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음에 기분이 좋다. 그저 앞으로도 미래가 궁금해 지금을 그냥 흘려보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떤 일이 닥쳐도 중심을 잃지 않는 굳건한 마음을 위해 책도 읽고 글도 쓰며 살아가려 한다. 아,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운동.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만이 살길임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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