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1일, 이슬람 보수의 중심국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BTS의 공연이 열렸다. 사우디 정부는 비아랍권 가수에게 처음으로 야외 공연장 사용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는 사우디 왕세자, 무하마드 빈 살만이 직접 BTS를 초대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사우디는 엄격한 종교적 율법이 적용되는 나라로서 춤과 음악이 금기시된 나라였다. 음악이 사람을 문란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종교 보수세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가 공연 나흘 전에 엄격한 그들의 율법을 일부 바꿨다. 율법을 바꾼 것은, 탱크도 석유도 아닌 아이돌이었다. 그 이름 대한민국의 BTS.
바뀐 율법을 살펴보면,
외국인 여성에 한 해 온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아바야’ 착용 의무 폐지. 외국인 남녀가 혼인 관계 증명 없이 호텔 투숙 허용. 사우디 여성도 남성 보호자 없이 숙박업소, 공연장 출입 가능 등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남녀 관객이 한 공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단지 BTS의 공연을 위해 부분적으로나마 그 엄격한 율법을 바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BTS도 사우디 문화에 맞게 복근 노출 없이 안무를 수정하고 공연장에 기도실도 마련했다. 당연한 일이다. 문화의 교류는 상호 존중이 우선 아니겠나.
그렇다면 사우디는 왜 BTS를 위해 율법을 바꿨을까. 사실 BTS를 위해서라기보다 자신들을 위해서다. 시대적 흐름 속에 경제, 외교를 위한 개방인 것. 엔터 산업 성장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여 경제 개혁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석유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을 터다. 그 변화의 상징으로 BTS를 선택한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자신들의 이미지 세탁용으로 BTS의 영향력을 이용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많다. 카타르가 2022 자국 월드컵에 BTS 정국을 개막식 오프닝 무대에 초대한 일이나,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반아시안 증오범죄 퇴치’를 함께 논의하겠다며 BTS를 백악관 집무실에 초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조직과 국가가 BTS의 영향력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도 많은 국가와 권력이 BTS의 영향력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초초초 글로벌 슈퍼스타인 그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 숙명이 견고한 시스템에 작지만 확실한 균열을 만든다. 사우디도 일단 BTS가 물꼬를 텄으니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BTS가 의도했든 안 했든.
하지만 BTS의 영향력이 필요한 것은, 그런 국제적 조직이나 국가들만은 아니다. BTS가 처음부터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미 그들은 아미의 삶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흔한 말로 ‘선한 영향력’.
나 역시 그들의 영향력을 받아들여 하루하루 알차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런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 BTS다. 나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으며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가를 알리고 싶어 글을 쓴다.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한다.
또 다른 아미의 사례는 BTS 사우디 공연을 취재하는 연합뉴스 기자가 만난 두 명의 사우디 소녀다. 18살 슈르크, 23살 알리아. 아바야로 온몸을 가린 채 반짝이는 두 눈만 드러냈던 그들은 그 눈빛만으로도 환희에 찬 기쁨을 드러냈다. 방탄 음악을 접한 뒤 달라진 삶에 관한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공부하거나 일할 때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일을 더 열심히 해요. 방탄을 통해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고자 해요”. 그러면서 정국이 너무 좋다며 그 나이 또래답게 수줍게 웃는다. 하지만 BTS 노래를 불러달라는 기자의 부탁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지하게 정국의 ‘유포리아’를 불렀다. 순식간에 주변 아미들이 몰려들어 함께 불렀다. 영상 자막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BTS로 전 세계가 대동단결’
사실 사우디의 율법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들의 변화다. 공연 전 이미 아미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 사우디 소녀들처럼. 그들은 공연의 주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라는 BTS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것이 BTS가 몸이 부서져라, 영혼을 갈아 넣어 공연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그들이 만든 가장 근본적인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