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 소비자의 기억을 지배하라

1. 시그니처 만들기

by 생존철학자

기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소비자와 맞닿은 사업을 펼치는 기업과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로는 반도체 기업, 제철 기업, 조선 기업을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수치적 효율성이다. 기업이란 본디 이익을 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며 그들의 사업에 필요한 재화를 비용 처리하여 구매한다. 그리고 해당 기업 내 구매 담당자는 엑셀 스프레드 상에 정리되어 있는 비용 항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그 재화를 구매하는 기업을 선정할 때 그들의 브랜드를 고려의 대상에 놓지 않는다. 그가 오로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그렇게 모은 재료를 상품화하여 브랜딩 및 마케팅은 타 부서에서 진행할 것이다.


반대로 개개인의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기업은 반드시 그들의 감성을 고려해야 한다. 브랜드의 각축전에서 난립하는 수많은 브랜드들은 각자 튀기 위해 애를 쓸 것이며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소비자의 기억을 지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하며 되도록 적은 비용으로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은 그다지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시그니처(Signature)’이다. 시그니처는 해당 기업이 만들었다는 언질을 주지 않아도 소비자가 제조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브랜딩의 핵심과도 같은 것이다. 해당 소비재가 가지는 특색을 뚜렷하게 다듬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여 소비자의 기억을 효율적으로 점유하는 것이다. 서울예대 디자인학과 출신의 김봉진 의장이 설립한 배달의 민족의 마케팅 플레이와 B급 감성, 특유의 폰트와 앱의 색감은 상호를 가려도 그것이 ‘배달의 민족’의 작품인지 쉽게 알아보게 한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문화 공간을 대대적으로 꾸리고,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을 유치함으로써 그들의 존재감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수많은 브랜드의 전쟁에서는 반드시 뚜렷해야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뚜렷함이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소비자는 그 뚜렷함으로 말미암아 해당 브랜드를 더욱 쉽게 기억하게 된다. 이 방식을 통해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1994년 제임스 제비아가 설립한 브랜드 ‘슈프림(Supreme)’은 스케이트보드 관련 장비로 시작하여 의류로 브랜드를 확장시켰다. 슈프림의 정체성은 주류 문화에 대한 반발이다. 이들은 이러한 감성으로 매년 타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컬래버레이션이 수년 동안 이어져와 어느새 이는 슈프림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뜬금없이 미국의 ‘펭수’라 불리는 개구리 인형 ‘커밋’과 협업하는가 하면 뉴욕 교통국과 협업하여 교통카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절단기와 손도끼, 소화기, 목장갑, 음주측정기 등을 만들어 수십만 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다 2016년 심지어는 자신들의 로고를 찍어낸 벽돌을 5만 원에 판매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역시 ‘슈프림’답다며 이들의 이 기행에 열광했고 해당 벽돌의 가격은 8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파격’이 곧 슈프림의 정체성이었고,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슈프림은 노스페이스, 반스, 팀버랜드를 거느린 의류 그룹 VF코퍼레이션에 2조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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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배달의 민족 / 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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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시그니처가 뚜렷한 브랜드의 다음 행보에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시그니처가 시장에 설득될 때 해당 브랜드는 별도의 비용 투입 없이 높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한 팬덤의 유입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아이폰은 해당 로고를 가려도 애플의 제품임을 명백히 알아볼 수 있고 애플 워치와 아이폰의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할 때 전 세계인들은 이 행사에 주목한다. 이 모두는 애플이 자신만의 뚜렷한 디자인 미학을 가졌기 때문이다.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라)’는 슬로건으로 온 매체에 광고를 내걸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라는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카피를 이용한 것이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의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을 한다. 그들은 매년 연수익에 일부분을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하며, 여러 환경 시민 단체를 후원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환경보호=파타고니아’라는 뚜렷한 방정식이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선진화된 의식을 은근히 자랑하기 위해 수십만 원 고가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아웃웨어를 기꺼이 사들인다.


도넛 하면 누구나 쉽게 ‘던킨 도너츠’와 주황색과 분홍색이 가미된 그 로고를 기억할 것이다. 1950년에 설립된 던킨 도넛은 36개국에 11,300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명실상부 도넛의 대명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던킨의 제국 아래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도넛 가게가 있다. 바로 포틀랜드의 명물 ‘부두 도넛’이다. 부두(Voodoo) 교는 아프리카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노예 흑인들 사이에 믿던 종교로 주술 행위를 그 특징으로 한다.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일반화되어 흔히 부두(Voodoo)를 주술을 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이 부두와 도넛이라는 두 개의 단어는 얼핏 전혀 상관없는 반대의 단어로 들린다. 그러나 부두 도넛은 이 둘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아주 강한 시그니처를 만들어 지역의 명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03년 처음 문을 연 부두 도넛은 힙스터의 도시라 불리는 포틀랜드에서 꼭 가봐야 할 곳 10군데 중 매번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창업자인 케네스 포그슨과 트레스 섀넌은 도넛을 한 번 만들어본 적이 없는 청년이었으나 도넛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튀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감기약, 소화제를 넣은 도넛을 팔다가 보건 당국의 제지를 받기도 했으나 그곳의 청년들은 이 괴짜 행보를 즐기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아래에 보이는 부두 인형(Voodoo doll)이라는 도넛이 가게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람들은 부두 인형 도넛을 구매하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위해 매일 같이 줄을 선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말 그대로 인스타에 올릴만한 장소 혹은 상품을 뜻하는데 SNS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들 SNS를 장악할 수 있을만한 자극적인 이미지를 고안해내는 것도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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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두 도넛 홈페이지)


2002년 설립된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의 경우 ‘스페셜티 커피’라는 명목 아래 커피의 퀄리티에 신경을 쓰는 전략으로 스타벅스 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살아남을 뿐 아니라 스타벅스가 탑티어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리저브’를 론칭하며 블루보틀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블루보틀을 기억하는 매개는 커피의 맛이라기보다 아래 심심한 파란 병 모양의 블루보틀 로고이다. 블루 보틀은 일본 여행객들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 파란 병 로고에 사람들이 궁금중을 자아내면서부터 국내에까지 유행하기 시작했다. 부두 도넛과 블루 보틀은 그 이름부터 구현되는 이미지까지 자신을 ‘통일’시켰기에 대중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었고 섭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화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시그니처 전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미지와 정책적 방향성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잡하게 색이 배열되거나, 매번 자신의 색을 바꾸는 브랜드를 사람들은 쉬이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롤스로이스를 기억하는 것은 차량 앞에 달린 조그마한 ‘환희의 여신상’이다. 롤스로이스는 회사 설립 이래로 줄곧 이 로고를 고수해왔으며 구매 자격을 부여해 고급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그들은 한 때 보유 자산이 300억이 넘는 자들에게만 구매 자격을 부여하고 이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다. 설령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사나 독재자 등 브랜드의 품격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소비자에게는 단호하게 판매를 거부했다. 한 때 현란한 남성편력으로 유명한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판매를 거부하거나 엘비스 프레슬리도 롤스로이스를 사고 싶었지만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는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롤스로이스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혀 주었다. 계속해서 뚜렷한 자신 다움을 갖춘 브랜드를 소비자들인 언젠가 기어이 알아보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뚜렷하다면 언젠가 롤스로이스에 탑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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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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