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현하라.
운동복 하나로 해마다 1,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에이피알의 브랜드 ‘널디(Nerdy)’이다. 이 츄리닝은 JTBC ‘효리네 민박’이라는 방송에서 가수 아이유가 착용하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엠넷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한 PPL으로 매출은 가파르게 신장되었다. 이 스트릿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최근 큰 인기를 거두고 있다. 범생이를 뜻하는 단어 Nerd에 Y자를 붙여 직관적인 브랜드 네이밍을 만들어 펑퍼짐한 츄리닝 차림으로 동네를 거니는 모범생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고 있다. 기존에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츄리닝은 땀, 근육, 육체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지만, 널디는 보라색이라는 시그니처 컬러를 사용하여 귀여운 이미지를 부각함으로써 MZ세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색감과 핏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브랜드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그로 인해 널디의 츄리닝은 그 로고를 가리더라도 누가 봐도 해당 브랜드의 제품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출처 : 유튜브 '월아조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이미지 속의 하나를 그들의 뇌 속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뚜렷해야 한다. 넉넉한 자본으로 지속적으로 많은 광고비를 태울 수 있는 대기업의 경우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은은하고 넓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면 되지만 우리와 같은 언더독의 경우 집행할 수 있는 광고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뚜렷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노출이라도 소비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하기보다는 특별해야 한다. 그래서 구현되는 약간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그것이 어떤 브랜드의 제품임을 충분하게 유추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방법을 통해 마케팅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다이슨의 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를 보면 특유의 유려한 곡선과 회색빛을 머금은 이미지 때문에 누가 봐도 다이슨의 제품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출판사 ‘유유 출판사’와 ‘민음사’는 남들과 다른 고유의 북커버 디자인을 고수하여 매대에 진열된 수천 권의 책 가운데 자신의 책을 눈에 띄게 하고 있다. 그들은 책이 단순히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닌 ‘굿즈’로 기능하고 있는 시대에 특유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소장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세련미, 짙은 감수성, 육체미, 건강, 담백함, 파격 어떤 것이든 간에 거시적으로 명확한 방향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은 그 일관된 노력으로 인해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기 용이해진다.
많은 사람들은 거의 매주 치킨을 시켜먹는다. 치킨 시장은 그 진입이 어렵지 않기에 대표적인 포화시장으로 꼽힌다. 오죽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라는 말이 밈처럼 번져갔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말에 설립되어 TV CF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정도로 급성장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푸라닭’이다. 명품 프라다를 연상시키는 포장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B급 정서를 완성했으며 해당 이미지는 20대의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어 갔다. 그리고 ‘치킨도 요리다.’는 간결한 카피라이트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기업 가치는 무려 1조 원을 넘어선다. 그들은 기능성이 강조되던 선글라스 시장에 문화를 접목시켜 오프라인 매장을 파격적인 비주얼로 꾸며 인스타그램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은 기능이 아닌 미학에 집중하여 특유의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고 이에 따라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고 가격 정책의 명분을 제공하였다.
(출처 : 젠틀몬스터 홈페이지)
그들의 이러한 디자인을 활용한 성공 방정식은 일회용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그니처 이미지를 활용한 전략을 활용하여 코스메틱과 케이크 론칭하였고, 양 사업 모두 크나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들이 만든 ‘누데이크’라는 브랜드의 특이한 구조의 케이크는 SNS를 타고 널리 퍼졌다. 소비자들은 누데이크라는 케이크가 아닌 그들이 갖는 세련된 이미지를 섭취하고자 했다.
국가의 경제 수준이 늘어남에 따라 단순히 기능성과 가성비가 소비자 결정이 준거점이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 국가의 소비 여력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영역이 바로 문화와 관광이다. 그들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즐기고자 하며 ‘멋’이 있는 것을 자신과 가까운 곳에 두고자 한다. 그로 인해 소비는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어간다. 그래서 브랜드에 있어 ‘미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미학적인 이미지가 20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첫 번째 이유는 20대는 SNS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계층이며 SNS는 기업의 이미지를 무료로 전파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20대가 소비문화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20대의 역동성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트렌드를 선도하고, 3040세대들은 그들을 모방하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필립모리스의 담배 브랜드 ‘말보로’는 원래 여성용 담배였다. 그러나 감각 있는 한 마케터에 의해 젊은 카우보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광고함으로써 역동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강한 남성의 이미지에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4050 흡연자들이었다. 남성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년의 그들은 말보로 담배를 통해 향수를 느꼈고 ‘강력함’을 곁에 두고자 했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선망하는 것을 형상화한 개체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키치 한 이미지의 브랜드를 통해 그들의 유머를 소비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그들의 감수성을 뽐낸다. 침구 브랜드 시몬스는 단순히 기능성을 강조하던 침대 브랜드들 사이에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광고를 송출하고, 20대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힙플레이스에 브랜드 로고가 찍힌 문화 공간을 개설함으로써 침대를 하나의 문화재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카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혜택만 강조하던 신용카드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소비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소비재들이 넘쳐나기에 그 본연의 목적 외에 문화적 요소를 첨가하여야 난립하는 브랜드들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