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더독의 성장판
1997년의 아마존의 첫 공개 주주서한에서 ‘우리는 장기에 걸쳐 창출하는 주주가치가 성공의 근본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고, 역시 1984년 코카콜라의 첫 공개서한에서도 ‘우리의 주된 목표는 계속해서 주주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란 것은 본디 창업자의 욕망의 상징이다. 그 욕망이 사회적 가치의 실현일 수도 있고, 자아실현 혹은 부의 획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욕망의 실현시키기 위해 기업은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 기업의 크기가 커져야만 전달할 수 있는 전달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도 넓어지고 이로 인해 자신의 궁극적인 욕망에 더욱 가까이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은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성장’이라는 화두에 의거하여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미 자리 잡은 대기업에 비해 언더독이 가지는 이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기업 고유의 색을 표출하기 유리하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특히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거느리고 있다. 수백 명에 달하는 내부 직원, 수만 명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그들의 범주 안에 놓여있다. 그래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함에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눈치를 봐야 하기에 리스크가 있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 껄끄러워진다. 수많은 내부 직원들의 의사 합의를 이끌어내야 되기에 주어진 자원 안에서 수치적 관점에서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의 집단지성은 ‘평균’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스티브 잡스와 같이 외부 투자자와 내부 직원들의 신뢰를 동시에 획득한 카리스마를 갖춘 강력한 리더가 부재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아마 대다수의 기업이 그렇다. 반면 언더독들은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에 자신만의 문화, 자신만의 미학,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어내기 용이하다. 공장, 설비 등 유형 자산의 규모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던 시대를 지나 사업 확장이 무척 쉬운 웹비즈니스가 산업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에 뒤늦게 출발한 언더독은 자신 다움을 무기로 쉽게도 선발주자들을 추월한다. 단언컨대 우리는 현재 ‘업력’이라는 단어의 가치가 가장 낮은 시대를 살고 있다.
두 번째는 언더독은 그 성장판이 넓게 열려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본디 성장을 추구해왔기에 업력이 길면 길수록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활용하여 이미 다방면으로 확장을 해놓았을 것이다. 이미 문어발처럼 확장을 해놓은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가정해 매년 50조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 삼성전자가 100억을 벌어들이는 것과 5,000만 원을 벌어들이는 소기업이 1억을 벌어들이는 것 어느 것이 쉽고 빠르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구력이 10년이 넘는 보디빌더가 근육량을 늘리는 것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훨씬 쉽고 편안하다. 왜냐면 보디빌더의 몸에는 이미 근육으로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언더독은 필연적으로 그 사업 확장의 여백이 굉장히 넓다. 토스는 개인 간의 SMS 서비스에서 출발하여 은행을 세우고, 증권사를 세우고, 보험사업과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했다. 그들은 송금 중개를 통해 송금 과정을 중개하면서 수백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를 지렛대 삼아 무한대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야놀자도 숙박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해 호텔 관리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진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카카오도 2010년 론칭된 신생 서비스이고 텐센트, 위메이드, 각종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으로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메신저를 무기로 수천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뒤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언더독들에게 사업 확장의 지렛대의 형태는 다양하다. 앞선 사례처럼 제일 대표적인 것은 ‘고객’이다. 자신들의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그들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양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보내는 ‘신뢰’도 훌륭한 지렛대이다. 고객이 구매 경험을 통해 해당 브랜드를 신뢰한다면 팬덤이 형성되고 그들이 해마다 내놓는 다양한 신상품들을 높은 확률로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커피 브랜드 가운데 ‘스타벅스’는 고객이 보내는 애호의 농도가 짙은 편이다. 그들은 국내 방방곡곡에 지점을 세우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높은 확률로 성공한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억 명에 팬덤을 보유한 블리자드의 게임 ‘디아블로’는 2년마다 내놓은 시리즈물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1인 가구의 증가로 편의점 산업은 급속도로 우리의 삶에 침투했다. 그들이 그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4050 세대들이 편의점 창업에 띄어 들었고,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그들이 편의점 개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표준화시켜 마찰을 줄였기 때문이다. 메가 커피가 창립 7년 만에 1,800여 개의 가맹점을 돌파한 이유는 창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최적화된 창업 솔루션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업에 이르는 과정을 정교하게 표준화시키는 프랜차이즈 전략 또한 사업을 빠른 속도로 키워 가는데 유용한 전략이다. 이유는 그들은 창업자의 ‘욕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의 심연에 존재하는 가장 큰 욕망. 바로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전략의 요점은 그 욕망이 실현되는 데까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패션에 있어서도 상업성 있는 브랜드 철학을 보유한 기업의 제품은 찍어내는 족족 팔리고 만다. 그들에게는 곧 그들의 철학이 곧 지렛대이다. 언더독은 반드시 ‘자신 다움’을 갖추고, 이를 전방위로 확장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창업자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