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로 확장하기

2. 확장의 전략

by 생존철학자

- 돈을 벌게 하라


2022년을 지배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나는 단연코 ‘경제적 자유’를 꼽고 싶다. 오랜 기간 수 만권의 책을 읽어온 나로서는 올해와 작년만큼 재테크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장악한 시기를 본 적이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출판업계에 가장 통하는 키워드는 ‘위로’였다. 책은 말한다. ‘지금 많이 힘들어도 좋은 날이 올 거야. 슬퍼하지 마.’ 그러나 코인 가격 상승과 동학 개미 운동은 이 사회적 감성을 뒤집어 버렸다. 코스피와 코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수많은 동네 부자들이 탄생했다. 사람들을 이 광경을 들여다보며 두려워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발동되었다. 주변인들 간에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기회를 놓치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매스컴은 이를 부추겼고, 혜성과 같이 등장한 유튜브 스타들은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이들의 두려움을 활용했다. ‘월 천만 원’이라는 키워드가 어느새 유튜브를 잠식해버렸다. 그들은 스마트 스토어, 전자책, 강연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며 자신을 홍보했고 오히려 이 교육 사업을 통해 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실제로 콘텐츠의 수요와 소비여력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기회는 증가했고, 이 기회와 FOMO가 만나 부업과 창업의 열풍이 일었다. 더 이상 ‘위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무지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해 줄 창구를 만들어줄 때 우리는 큰돈을 벌 수 있다. 지금 나 역시도 그러고 있지 않는가. 그중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크라우드(Crowd)’는 영어로 ‘군중’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을 갖추지 못한 개인은 자신의 콘텐츠만 있다면 이를 상품화하기 전 미리 자본을 수혈받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말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의 본질은 상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대중들과 공유함으로써 기대감을 도출하여 팬덤을 창출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얻는 것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클래식 안경의 마니아였던 ‘프레임 몬타나’의 최영훈 대표는 자신이 쓸 만한 안경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상품의 제작 과정을 개인 SNS에 업로드했고 이를 통해 기대감을 조성하며 론칭과 동시에 하루 매출 3억 원의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유니콘급으로 대성장할 수 있는 원인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추었으나 자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을 보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마이 리얼 트립’의 슬로건은 ‘나다운 진짜 여행’이다. 이들은 해외에 체류 중인 현지인들과 국내 관광객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블로그와 웹사이트에 소개된 관광지 중심의 획일화된 여행이 아닌 현지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체류자와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숨은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가수입을 얻고자 하는 한인 유학생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과정의 마찰을 줄여 그들의 경제적 유인을 충족시켜주었기에 많은 콘텐츠를 확보했고 이는 고객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돈을 벌고자 하는 수요는 세상 어떤 수요보다 가장 확실하고 고정적인 수요이다. 여기서 사업의 에지(Edge) 포인트는 이를 얼마나 간편하게 실현되도록 만들어주느냐이다. 이를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치는 돈을 최대한 ‘빨리’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정산 절차를 간단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랜서 마켓 ‘크몽’의 경우 해당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판매할 시 3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이체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판매자가 수익을 내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그들의 콘텐츠 마케팅을 도와주는 것이다. 플랫폼 수수료로 차감하는 방식으로 SNS 마케팅을 돕는다거나, 내부 인력으로 콘텐츠 스토리 제작을 보조하는 재능 공유 플랫폼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와디즈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여러 가지 광고 상품을 제공하며 웹 페이지상 콘텐츠 구현을 보조하는 와디즈 PD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플랫폼의 경쟁력은 그 과정을 얼마나 쉽게 만들어주느냐에 있고 공급자가 모이게 되면 콘텐츠에 다양화로 자연스럽게 수요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룩하게 된다.


돈을 벌게 해주는 수단에는 꼭 플랫폼만 있는 것이 아니다. 1,600개에 달하는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임대’를 통해 운영된다. 스타벅스 매장 대부분은 해당 임대료를 정액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건물주와의 계약을 통해 매출액의 13%~16%로 납부하고 있다. 이른바 ‘100% 매출 연동 변동 임차료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3만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의 입장에서는 인테리어 비용 외에 큰 부가 비용 지출 없이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으며 각 지점의 수익 구조를 통일화하여 관리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하게 흩뿌려진 요소들을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여 재무제표의 안정성을 기한 것이다. 반대로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스타벅스가 가진 브랜드의 힘으로 건물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매출 상승으로 인한 통상 임대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스타벅스는 자신의 브랜드가 가진 힘을 알고, 건물주가 가지는 욕망의 범위를 잘 파악하였기에 이 같은 수익구조를 고안해낼 수 있었다. 스터디 카페 ‘작심’ 또한 건물주와 수익을 공유하는 공동투자 방식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점을 확장할 수 있었다.


내가 정의하는 ‘기획력’은 이해당사자의 욕망의 형태와 범위를 파악하고 이 교집합을 ‘제안’의 형태로 언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기획력을 갖춘 자는 타인의 욕망을 거름 삼아 더욱 강하고 빠르게 커나갈 수 있다. 웹비즈니스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경제적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의 개수도 그에 맞춰 증가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뿐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또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 수단’이다. 생산 수단이 많아지면 욕망을 실현시키기가 쉬워지기에 자연히 창작자의 수 또한 많아진다. 그렇기에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조’하는 사업 또한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골드러시 시대에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 사람은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매하는 업자들이었다. 유튜브 플랫폼이 성장함에 따라 유튜브 채널을 관리해주는 MCN(Multi-Channel-Network) 기업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벤처 경제가 활성화되고 개발자 임금이 올라감에 따라 코딩 교육 업체는 그 어떤 사교육 업체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업무 협업 툴, 인력 관리 대행, 공유 오피스, 사내 탕비실 관리 대행업체, 사내 교육 대행 등 신규 사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나날이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 챕터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간단하다. 사람들의 욕망을 언어화하는 기획력을 기르자. 돈을 벌게 해 주거나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는 사업 아이템을 기획해보자.




- 나만의 규칙을 설계하라


케빈 시스트롬은 2010년 인스타그램을 창업하여 불과 2년 만에 페이스북에 1조 2천억에 매각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규칙’에 더 이상 신선함을 느끼지 못한 1020대 사용자들이 대거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되면서 일어난 결과였다. 인스타그램은 자신만의 뚜렷한 ‘규칙’이 있었다. 해시태그(#)라는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여 이용자 간의 연결을 강화했고, SNS에 있어 사진의 ‘필터’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인스타그램의 로고를 보면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가 사진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필터 서비스에 흥미를 느낀 팝가수와 일부 할리우드 스타가 트위터 대신 필터를 활용한 사진을 자체 계정에 업로드하면서 그들의 막대한 팬덤이 고스란히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되었고 이를 통해 회사는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 ‘필터’야말로 인스타그램이 오늘날의 위치에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1.png (출처 : 나무 위키)


비즈니스는 일단 사람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그 ‘규칙’들이 획기적이지 못하다면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을까. 데이팅 어플 ‘틴더’를 개발한 매치 그룹의 시가총액은 무려 30조에 달한다. 틴더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직관적이고 원초적이다. 상대의 사진과 함께 적힌 400자 미만의 간단한 소개를 읽고 마음에 들어 ‘하트’ 버튼을 누르면 이는 상대방에게 전해지고 상대방 또한 자신의 소개에 ‘하트’를 누를 시 대화창이 열리게 된다. 반대로 ‘엑스’ 버튼을 누르면 1초 내에 다른 이성의 소개가 보인다. 이들은 이성과의 접점에 있어 드는 마찰을 극도로 축소시켰고, 이 간단한 선택의 원리는 어느새 MZ세대들에게는 일종의 ‘쿨함’으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틴더는 금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 틴터 그룹은 얼마 전 국내의 한 소셜 앱 개발사를 무려 2조 원에 인수했다. 역대 스타트업 인수 규모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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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거진 GQ)


이 인수의 주인공은 청년 안상일이다. 그는 사업에 실패해 타던 차와 주택청약저축, 월세 보증금까지 털어 직원들의 퇴직금을 주고 나니 빚만 8억에 달했다. 개인 파산의 문턱에서 빚을 갚기 위해 모텔촌 한가운데 값싼 방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2013년 다시 앱 개발에 나섰다. 그것은 스페인어로 ‘우연’이라는 뜻의 ‘아자르’이다. 지구 반대편 낯선 사람과도 동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글로벌 서비스를 계획했다. 아자르의 원리는 틴더와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아자르의 경우 그 매개가 사진이 아니라 ‘영상’이다. 아자르는 전 세계의 낯선 사람과 몇 초 내에 즉시 영상 통화하게 만들어주는 자신만의 규칙으로 MZ세대들의 도파민을 자극시켰다. 본디 사진보다 자극적인 것이 영상이고 아자르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자르는 출시 후 유럽 구글 스토어에서 틱톡, 트위치 같은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다운로드 수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틴더가 지극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틴더의 임원이었던 여성 휘트니 울프 허드는 2014년 회사를 나와 ‘범블’이라는 앱을 출시했다. 범블은 여성 지향 데이팅 앱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야만 상대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을 도용하거나 실물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앱 내 카메라로 다시 사진을 찍어 직원 검토 후 인증을 거치는 절차를 고안해냈다. 그리고 범블은 ‘여성을 위한’ 데이팅 앱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나스닥 증시에 상장되어 시가총액은 무려 8조 원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양식에 자신만의 규칙을 도입하여 사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이 규칙은 그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참신한 규칙에 따르기 시작하자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서수길 대표의 아프리카 TV는 생방송 진행자 ‘BJ’를 ‘별풍선’을 통해 후원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시가총액 1조 원의 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규칙을 따르게 하고 이를 따르는 사람들을 지렛대 삼아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먼저 그 규칙이 매력적이어야만 한다. 그것을 위한 방법은 인스타그램의 경우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던 규칙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변주하는 것과 기존에 없던 규칙을 새롭게 만드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참신함에 매력을 느낀다. 고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규칙에 따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욕망을 관찰해야 한다. 쏘카는 차량이 없는 고객들의 운전 욕구를 파악했고, 이들에게 공유차량을 빌려주는 시스템을 조성하여 거대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팬덤 플랫폼 ‘버블’을 출시하여 코스닥에 시총 8천억 규모로 상장된 ‘디어유’의 경우 아이돌의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점을 활용하여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했다. 버블 서비스를 구독한 이용자는 자신의 아이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아이돌은 이 질문에 답한다. 아이돌은 수익금의 일부를 분배 받음으로써 공연 및 광고 외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아프리카 TV와 쏘카, 디어유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숨은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사업화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규칙은 참신함에서 시작하여 익숙함으로 종결된다. 그 참신함이 익숙함으로 바뀌는 순간이 사업은 질적으로 크게 변화한다. 익숙함은 사람들을 그 규칙 속에 가두기 때문이다. 갇힌 사람들은 생태계 조성자가 되어 그 규칙을 더욱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워런 버핏은 30년 넘게 코카콜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아직까지 매일 코카콜라를 마시기 때문이라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함께 콜라를 마시는 하나의 규칙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 규칙을 제안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랐기에 일종의 법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화장실의 ‘비데’라는 장치는 누군가가 이를 생활 습관으로 제안했기에 청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표준이 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참신한 규칙을 개발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유기체의 수명을 자신의 수명 이상으로 늘리는 가장 확실한 비책이다. 누군가가 개발한 SNS라는 장치는 아마 우리의 생이 다해도 끊임없이 이어져 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비즈니스는 이 과정을 통해 ‘창조’되었다.



- 미학 카르텔을 완성하라


이미지는 확장에 한계가 없다. 더 나아가 ‘멋’에는 확장에 드는 비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돌과 같이 멋을 갖춘 것들은 유튜브와 SNS를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간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일명 자신만의 작업실 ‘팩토리’를 운영했다. 그는 팩토리 안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수십 명에 달했던 그의 조수를 시켜 작품을 양산해냈다. 그는 자신만의 멋을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을 뿐 그 외에 소요되는 생산 과정을 그의 조수들에게 위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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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2022-3-22)


2021년 기준 세계 부자 순위 3위는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재산 240조를 보유한 루이뷔통 그룹의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이다. 루이뷔통 그룹은 자신이 오랜 기간 구축해놓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외부에 생산을 위탁하여 높은 마진으로 자신의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한다.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의 기능성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조너선 아이브라는 천재 디자이너에 의해 구축된 특유의 ‘멋’에 반했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현재 6조 원을 넘어선다. 일명 ‘골린이’라 불리는 2030 세대들이 골프 인구로 새롭게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골프복 시장은 단일 국가 기준 가장 크며 전 세계 골프장의 42%가 몰려 있는 미국보다 그 규모가 크다고 한다. 골프라는 활동 자체보다 관련 패션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매년 무수한 신생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매월 새롭게 생겨나는 브랜드만 5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 치열한 경쟁 와중에서도 ‘PXG’라는 브랜드는 단연 매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PXG어패럴은 국내 사업 전개 후 불과 3년 만에 1,100억 매출을 돌파했으며 이는 비단 골프웨어뿐 아니라 의류 카테고리 전체를 놓고 봐도 압도적인 성과이다. PXG어패럴의 신재호 회장은 말했다. “우리의 타깃 연령은 딱 34세입니다. 3040세대처럼 모호한 말은 쓰지 맙시다.” 마케팅 업계에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일명 ‘34세 마케팅’이다. 앞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는 높은 연령층으로 전파된다고 전언한 바 있다. PXG가 젊은 세대를 타기팅 한 골프웨어를 내놓자 오히려 이에 자극을 받은 연령층은 4050 세대였다. 그들은 34세가 입을 만한 옷을 쿨하다고 느꼈고 이를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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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ng (출처 : PXG 홈페이지)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쿨함’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을까. 신재호 회장은 기존 골프웨어 시장이 빨강, 노랑, 초록 등 채도가 높은 화려한 색상이 주를 이루었으나 연령대가 어려질수록 무채색, 특히 검은색에 대한 선호도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PXG는 흑과 백 그리고 핏에 주목하기로 결정했다. ‘흑과 백’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가 가진 뚜렷한 미학을 만들어냈고 이를 철저하게 지켰나 갔다. 정보에 빠른 30대들은 PXG가 가진 특유의 깔끔함에 열광했고 이를 4050 세대들과 자신을 구분 지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는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신만의 미학을 설립해나가는 것은 두려운 과정이다. 시장에 없는 기준을 설립하는 일이기에 선례가 없어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경쟁자는 그저 잘되는 브랜드를 카피하는데 그치고 만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미학을 갖춘 브랜드가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해당 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는 것만큼 존재하는 시장에 자신만의 미학을 해당 시장에 투입하는 행위는 경쟁자를 추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위해 타기팅을 명확히 하고 해당 브랜드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종의 수단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웹툰 작가 박태준이 설립한 ‘박태준 만화회사’는 최근 1,000억 원의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가 이토록 커다란 재산적 성공을 이룩한 이유는 철저히 10대를 공략하여 그들이 좋아할 만한 학원물과 액션 장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박태준 만화 회사만이 잘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고 형식을 통일시켰다. 그리고 이 통일성을 통해 해당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정립했다. 이후 자신의 산하에 재능 있는 웹툰 작가를 대거 영입하여 웹툰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1조 원에 달하는 국내 웹툰 시장의 자신만의 대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완성된 미학이 가지는 유리점은 앤디 워홀의 작품들처럼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그 이후에 해야 할 일은 찍어내는 것뿐이다. 대체재가 없기에 그 제품은 찍는 족족 팔리게 된다. 그렇게 자신만의 미학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1998년 설립되어 나스닥에 40조 규모로 상장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TV 광고 등 요란한 광고를 집행하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이들이 상장에 앞서 자신만이 전달하는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한 해에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드나드는 일명 ‘줄 서는’ 미술관인 ‘대림 미술관’은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주얼 중심의 전시를 이어가 공부하는 미술관이 아닌 보는 재미가 있는 미술관으로 포지셔닝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대림 미술관이 제공할 수 있는 뚜렷한 가치가 생겨났다. 이후 대림미술관은 사진 촬영을 전격 허용하고 인증 숏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그들의 완성된 미학은 별도 마케팅 비용 투입 없이 20대들의 SNS를 타고 무한대로 전파되며 국내 가장 성공한 미술관이 될 수 있었다. 대림미술관 옆 ‘올라이트’라는 문구 샵은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디자인의 다이어리로 20대 여성의 SNS를 타고 번지며 서촌 명소로 자리 잡았다.

3.png (출처 : 올라이트 홈페이지)

또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의 인테리어로 각광받은 일본 메디콤 토이의 아트 굿즈 ‘베어브릭’은 규격화된 곰 모양의 인형에 채색을 바꾸어가며 자신만의 미학을 양산한다. 이들은 1년에 두 차례 앤디 워홀, 장 미셀 바스키아, 다니엘 아샴 등 시대의 아이콘과 콜라보 제품을 내놓으며 그들이 가지는 예술성을 지렛대로 활용하였다. 이들은 브랜드가 일정 궤도에 돌입한 뒤부터 별도 마케팅 없이도 매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미학을 형성하는 과정은 그 시작이 괴로우나 끝내 완성된다면 그 뒤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와 같이 거침없이 질주하며 확장될 수 있다. 어느 순간 마케팅이 사치가 되는 시점이 오는 것이다. 기능의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는 현재 미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업에게 있어 미학은 곧 권력이다.


4.png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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