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스킬

1. 제안

by 생존철학자

사업은 결코 혼자서 이룩할 수 없다. 무수한 제안들과 그로부터 수반된 제휴의 연속이다. 하물며 상품 제조를 위한 공급처를 선택할 때도 우리는 먼저 ‘제안’해야만 한다. 사업은 그 시작부터 필연적으로 무수히 많은 외부 관계자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수한 사회성과 협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만남 전에 그 제안은 무엇으로 출발할까. 아마 대개의 경우 ‘메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메일 작성을 잘하면 잘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외부 관계자의 힘을 빌릴 수 있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이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음을 언어화할 수 있다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은 조선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러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을 찾았는데 은행이 이를 거절할 기미를 보이자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이며 한국이 영국보다 철선을 훨씬 먼저 건조한 나라임을 설명해 임원을 설득했고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우리는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야만 한다. 그 투자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수익’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사업에 투자함으로 당신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설득의 포인트로 잡아야 한다. 사업의 성장 궤적을 구체화하여 신뢰감을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창출할 이익에 대해 상술해야 한다.


그래서 메일을 작성하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자세이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 처할 위험을 제거해주는 것 일수도 있고, 더 많은 것을 수취하게 해 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일수도 있다. 철저히 상대의 관점에서 불편감이나 욕심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찾고 그것에 대해 당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라. 적지 않을 확률로 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대다수의 소셜 커머스 업체도 처음에는 전국 곳곳에 지점을 세워 영세 상가를 직접 방문하여 해당 상품을 플랫폼에 올릴 수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해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욕을 듣기도, 소금을 맞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그 과정을 통해 수백여 개의 제휴처를 확보해 자신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소비재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상세페이지 제작, 홍보 배너 제작, 제품 디자인 등 많은 디자인 수요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디자이너를 뽑기에는 부담스러운 영세 사업자들이 대다수이다.


이에 ‘이프 아이 디자인’이라는 기업은 ‘디자인 월 결제 서비스’라는 전례 없던 비즈니스를 구축하였다. 이들은 영세 소비재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였기에 이들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서비스 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와 일정 수준 이상의 디자인 품질을 설명하는 제안 메일을 여러 업체에 보냈다. 그들은 얻게 될 ‘이득’과 피할 수 있는 ‘리스크’ 양 축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상적인 제안이란 반드시 욕망과 겁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욕망을 실현시켜주고 좋지 않은 상황을 모면하게 해주는 것보다 좋은 제안을 어찌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창업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누적 클라이언트 1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디자인 퀄리티에 대한 신뢰를 힘입어 영세 사업자 외에 네이버, 카카오, 구글, 다음, 페이스북, 벤츠, 한샘 등의 대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추가하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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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프 아이 디자인 홈페이지)


자신이 만약 의류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한다고 가정해보자. 반드시 우리는 사진 촬영을 하고 온라인 플랫폼에 브랜드를 올리기 위해 소량의 의류를 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내 적합한 의류 공장들을 검색하고 이들에게 제안 메일을 보내야 한다. 의류 공장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겁’은 소량의 납품에만 그쳐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고, 그들이 가진 ‘욕망’은 해당 브랜드의 물량이 늘어나 굴지의 거래처를 확보하여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메일에 현재 주문하고자 하는 수량보다는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관해 언급하며 신뢰를 주어야 한다. 구체화된 뚜렷한 비전에 공장 담당자가 설득당한다면 그는 추후의 이익을 위해 적은 수량의 품목이라도 정성 들여 제작해줄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아래 디자인 멤버십 서비스와 비슷한 형태로 월 결제의 형태로 매년 일정한 횟수 인테리어를 해주는 인테리어 멤버십 서비스를 론칭한다면 우리는 메일과 홍보 페이지에 해당 서비스를 통해 절감할 비용과 검증된 서비스의 품질을 뚜렷이 적시하여 ‘욕망’과 ‘겁’ 양 축을 동시에 자극해야 한다. 리스크를 줄여주고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것은 모든 제안의 성공 방정식과도 같다.


국내 최대 성형 정보 앱 ‘바비 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최근 500만 건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50만 명에 달한다. 실제 성형 후기도 52만 건 이상 누적되었다. 바비 톡에는 현재 서울 강남부터 부산 서면까지 전국 1067개 성형외과 및 피부과, 클리닉이 입점해 있다. 그들은 어떤 노하우를 통해 이토록 많은 제휴업체와 플랫폼 이용 고객을 포섭할 수 있었을까. 먼저 광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신생 성형외과에게 광고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바비 톡의 앱 내에 병의원은 자유롭게 자신의 정보를 등록 가능하며 사람들은 해당 병의원의 리뷰를 조회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용자가 ‘상담하기’ 버튼을 누른 뒤 기재한 이름, 성별, 전화번호 등의 데이터가 성형외과로 넘어가야지만 병의원은 건당 광고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서비스 설계 방식이다. 신생 병의원의 경우 대규모 매체비를 집행할 자금 여력이 없었지만 반대로 아직 자리 잡지 않았기에 광고에 대한 수요는 극심한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상담하기’를 클릭하여 실질 구매 전환율이 높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건당 광고비를 청구함으로써 이들의 그러한 수요를 깔끔하게 충족시킨 것이다. 그 결과 성형외과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배너광고나 옥외 광고 없이 효과적으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었다.


반대로 해당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거짓 광고와 부작용을 ‘염려’했을 것이다. 이에 바비 톡은 성형 이면과 부작용 사례를 공유하며 보다 신중하게 성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작용 톡', 기존에 병원 단위로 작성, 유통되던 관련 정보들을 의사 단위로 바꿔 제공하는 '의사 찾기', 중개인(어뷰저)들 활동 패턴을 분석해서 차단 및 제재하는 '패스(PASS) 인증제도'와 ‘클린 리뷰 캠페인’, 수술실 CCTV를 설치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리 수술 안심존' 등을 통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바비 톡은 성형외과 업체들의 욕망을 부추기고, 플랫폼 이용자의 겁을 줄여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우리가 홈쇼핑을 보면 ‘매진 임박’이라는 용어가 줄곧 등장한다. 이러한 마케팅의 특징은 일명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상실되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여 그들의 원초적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커머스 사이트의 상세 페이지를 보다 보면 본 상품을 사용하였을 때 얻어질 효과, 더 구체적으로 ‘비포 앤 애프터’ 페이지가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화하여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소비자 제안과 업체 제안은 욕망과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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