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스킬

5. 프로세스

by 생존철학자

‘프로세스’를 사전에 치면 ‘그 작업내용과 상호관계를 순서에 따라서 조사함으로써 작업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나온다. 흔히 ‘프로세스’라는 단어를 연상할 때 대기업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은 일의 효율과 불필요한 이탈로 인한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상당히 명확하게 문서화하고 이를 준수하는 업무 절차를 따른다. 그렇다면 구체화된 프로세스는 과연 대기업에만 필요한 요소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오히려 신생기업일수록 더더욱 일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싶다. 대기업의 프로세스는 내부 조직원들의 ‘이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들은 오랜 업력으로 어떤 해당 프로세스가 효율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이미’ 내렸고,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그 방식대로 찍어내듯 업무를 처리한다. 이 과정 속에서 조직원의 창의력이 억제되는 것이 사실이나 반대급부로 조직원 전원의 업무를 예측 가능한 범주로 만들어줌으로써 개인의 성과 측정 등의 ‘통제’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대기업은 그 단점보다는 장점이 주는 효익이 크다고 판단하기에 명확한 내부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생 기업에 있어 프로세스는 좀 더 다른 함의를 가진다. 신생 기업은 반대로 사업의 속도감을 늘리고, 창의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미국에는 “콜럼버스는 미국을 발견했고, 제퍼슨은 미국을 건국했다. 그리고 레이 크록은 미국을 ‘맥도날드화’했다.” 그는 맥도널드 문양을 미국의 새로운 교회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냈다. 그가 맥도널드 형제가 캘리포니아에 세운 햄버거 가게를 전 세계로 흩뿌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는 생산에서 서빙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표준화했기 때문이었다. 점원이 주문을 받는 대신 직접 손님이 주문하도록 바꿨고 매출을 검토한 결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간편하게 즉석에서 소비할 수 있는 메뉴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음료수라는 것을 파악했고 선택과 집중에 따라 과감히 메뉴를 정리하여 햄버거 위주의 라인업을 갖췄다. 또 레이 크록 이전 맥도널드 형제는 인근 공원의 테니스코트에 분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가장 효율적인 주방 동선과 기구의 배치를 고안했다. 그리고 실제 크기로 그린 전개도 위로 직원들을 보내 직접 동선을 몸에 익히도록 지시했다. 또 손님이 직접 햄버거를 주문하고, 조리원 1명은 패티만 굽고 다른 1명은 빵을 굽는 식으로 햄버거 조리를 분업화하여 햄버거 가격과 주문한 햄버거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그리고 접시나 식기류를 제공하지 않고 종이 포장으로만 충분한 핑거 푸드를 냄으로써 비품 가격을 줄일 수 있었다.


맥도널드 형제는 자신의 가게 영업 전반에 가장 효율적으로 햄버거를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레이 크록은 이를 문서화해 세계로 전파시킨 것이다. 프랜차이즈들은 이 문서화된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고 이 낭비 없는 절차 덕분에 매년 수백 개의 맥도널드 지점이 늘어날 수 있었다. 맥도널드에서 일명 ‘성경’이라 부르는 매뉴얼 북은 약 700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이 엄청난 표준화에 대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 가던 비슷한 맛의 햄버거를 섭취할 수 있다. 앞서 신생 기업의 성장판은 활짝 열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매년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고, 상당 부분의 일을 외부 업체에 위탁해야 한다. 그때마다 관련 당사자들을 새롭게 교육해야 한다면 조직원들의 시간과 감정의 낭비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올라가게 된다. 그렇기에 창업자는 확장 이전에 주도적으로 일의 구조적 공통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뼈대를 완성해 문서화해야만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창업자는 리더십을 인정받게 되고, 확장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고속 성장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골격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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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파운더’)


그렇다면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일의 뼈대가 너무 완성되어 있으면 창의력이 감소하지 않겠냐고. 그러나 신생 기업들은 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일의 요소들을 분해하고 특정 영역에 집중하거나 개선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스타트업 용어로 ‘피봇팅(Pivoting)’이라는 것이 있다. 피봇팅은 왼발을 지지대 삼아 오른발로 돌파를 모색하는 농구 선수처럼 ‘기존’ 사업 자원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세계 최대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만든 글리치는 처음에는 MMORPG 게임 회사였으나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자 해외 직원들끼리 소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사용하던 메신저를 다듬어 시장에 출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피봇팅은 창업자가 일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고 이들을 분해하여 조합, 개선, 집중시키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은 본래 모바일 위치 공유 서비스였으나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데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이 요소에 특히 집중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SNS로 사업모델을 과감하게 변화시켰다. 강남 스타일의 조회 수를 넘어서는 동요 ‘아기 상어’ 영상을 만든 ‘핑크퐁 컴퍼니’는 2010년도에 설립되었고, 처음에는 학습 관련 스타트업으로 빨간펜, 구몬 같은 학습지를 ‘영상’을 활용하여 온라인에 구현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이후 회사는 타깃 그룹을 재설정하고자 했고, 미취학 아동 교육 시장에서의 공백을 발견했다. 그래서 같은 형태이지만 타깃 연령층을 낮춘 교육용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그중 아기 상어 뮤직비디오를 홍보를 위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리게 되면서 지금의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대게 사업에 있어 ‘혁신’이라는 것은 뜬금없이 무작정 새로운 것을 가져오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거듭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은 대게 기존에 존재하던 것을 조합시킬 때 발생한다. 지구 최대 커머스 플랫폼 ‘아마존’ 또한 기존에 존재하던 1994년에 이미 존재했던 커머스 플랫폼의 양식에 ‘책’이라는 블루오션에 가깝던 소재를 더하고 이에 프린스턴대 학교 물리학과 출신이자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출신이었던 베조스 자신의 수학적 감각을 살려 ‘알고리듬’을 해당 플랫폼에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거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웹 커머스의 개인화 서비스는 이 같은 모든 요소들을 조합으로 말미암아 탄생하여 산업의 지형을 바꾼 것이다. 미리 구축해놓은 뼈대가 있어야 각 요소들을 조합시키고, 일부 영역에 집중하며, 요소 간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 다움’이 완성되는 것이다. 요리라는 것도 결국 재료의 배합에 불과하지만 무한대의 맛으로 파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일을 구조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하나 일에 대한 프로세스를 갖출 때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점은 실패에 대한 심리적 타격을 줄여 계속 시도하는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사업이라는 항해를 시작한다는 것은 곧 수많은 실패와 마주한다는 말과도 같다. 실패는 사업에 있어 파도와도 같다. 수많은 파도와 맞닿으며 그 속에서 균형감을 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공의 안온한 대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항해의 ‘지도’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을 교정 해나가게 된다. 지도가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실패는 프로세스 개선의 연료가 되자만, 지도가 없는 사람들은 실패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을 자책하느라 무수한 감정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인풋과 아웃풋이 나오는 과정을 도식화한 것이 프로세스이며 그 속에 ‘나’라는 존재는 드러나지 않기에 창업자는 실패라는 아웃풋에도 좌절하지 않고 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다. 무수한 시도 끝에 발굴되는 하나의 성공이 생의 혁신을 이끈다. 결국 무수한 시도를 해보아야 하는 것인데 프로세스는 이를 위한 마음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 마음의 평정을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인풋을 투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의 발전은 일을 구조화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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