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규 Dec 24.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1)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소비 연비를 이해하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소비 연비를 이해하라



#돈은 늘 부족하다


돈은 늘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소득이 적을 때도 부족하지만,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부족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껴도 부족하고, 아무리 벌어도 부족한 것이 돈입니다. 돈이 적은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도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평생 돈의 부족함을 느끼며, 자신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게 됩니다. 돈의 굴레 속에서 일생을 살게 되는 것이죠.


돈이 부족해지지 않으려면 돈을 아주 많이 벌거나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당연히 무척 어렵습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지출은 마냥 늘어만 가고 있는데 내 월급이나 수입은 오르지 않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산 주식은 다음날부터 가격이 떨어집니다. 코인으로 큰 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서 코인을 사보지만 내가 산 코인 가격은 오를 기미가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주식 가격이 바닥에 있을 때나 코인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주식과 코인을 잔뜩 구입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내 현실은 달라지지는 것이 없습니다. 밤마다 아무리 간절하게 기도를 해도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생겨나지 않습니다.


큰돈을 벌지 못한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아보기로 합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단출하게 살아가기를 시작해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중단하게 됩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의 삶은 마냥 멋있어 보이기만 하는데, 왜인지 내 삶은 초라하고 궁색하게 느껴집니다. 소비를 억제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가르침에 따라서 많은 물건을 처분하고 옷장을 비웠는데, 시간이 지나자 물건과 옷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결국에는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바꾸면서, 늘어난 지출을 정당화하려고 해 봅니다. '미니멀리스트는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애써 설명을 하게 됩니다.


#지출을 줄이면 행복도 줄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출을 줄이게 되면 삶이 더 이상 즐겁거나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돈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삶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물건이 필요해서그 물건을 구입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깨달을  있습니다. 물건이 우리에게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것이라면 굳이 좋은 디자인을 가진 제품, 유명 브랜드의 제품, 필요 이상으로 좋은 품질이나 성능을 가진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가령, 일상 속에서 시간을 알기 위해 손목 시계가 필요한 사람이 굳이 수심 100미터까지 방수가 되는 시계나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브랜드의 시계를 사야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좋은 물건, 이쁜 물건, 전통 있는 물건, 새로 나온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는  물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물건이 가진 가치와 생김새가 우리에게  즐거움과 만족감, 행복감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 행복해지기 위해서 소비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출을 줄이는 순간부터 삶은 불만족스럽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지출을 줄이게 되면 삶의 즐거움과 행복도 같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지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습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 고통스럽다보니 소득이 늘어나는 일이 생기면 깊은 고통에서 해방된 듯이 돈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돈이 부족해지게 되죠. 돈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돈의 굴레에 갇히는 일이 반복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작정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지출을 줄이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지출을 줄이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비 연비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됩니다. 


#지출을 줄이면서도 행복해지려면 소비 연비를 이해하라


자동차의 연비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기름 1 리터당 자동차가 평균적으로 몇 킬로미터를 가는 지를 연비라고 부르죠. 자동차를 구입할 때 연비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돈에도 연비가 있습니다. 같은 1만 원을 쓰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큰 행복감을 얻게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돈을 내다 버린 것 같은 후회감이 들기도 합니다. 지출 비용당 내가 얻는 행복감을 소비 연비라고 합니다. 자동차 연비에서 '연燃'이라는 글자가 '태우다'라는 뜻을 가진 것처럼, 소비 연비는 '돈을 태워서 얻는 행복의 크기'를 말합니다. 소비 연비가 높은 사람은 적은 돈을 써도 늘 행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게 됩니다. 자동차로 치자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 같은 사람입니다. 반면 소비 연비가 낮은 사람은 많은 돈을 써도 늘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소비에 대해 후회하게 됩니다. 크고 육중한 대형 SUV 같은 사람이죠. 


내게 주어진 돈만으로 늘 만족하고 행복하게 느끼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비 연비라는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쓰는 돈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행복을 얻는 지를 알아야 합니다. 작은 돈으로 큰 행복감을 얻는 것이 있다면 이런 지출은 줄일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큰돈을 지출해도 만족감이 크지 않거나 즐거움과 행복감이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줄여야 하는 지출입니다. 지출 금액을 기준으로 소비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이 내게 주는 행복감을 기준으로 소비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작은 돈을 쓰면서도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돈의 연비나 소비 연비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돈에 적힌 환폐 단위 자체가 돈의 가치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돈은 무조건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부족할 때는 무조건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지고,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믿으며 살게 됩니다. 하지만 소비 연비 개념을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에 돈을 쓰지 말아야 할지를 알게 됩니다. 지출을 줄여도 삶의 행복감이 낮아지지 않게 됩니다. 자신에게 꼭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다음 회에서는 ‘소비 연비’ 개념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