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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24.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2)

나의 소비 연비를 알아야 한다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나의 소비 연비를 알아야 한다



# 지출 금액 기준 vs. 소비 연비 기준


많은 사람들이 수첩이나 엑셀 파일에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지출을 관리합니다. 요즘은 카드 회사나 은행에서 지출 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지출 관리를 도와주는 스마트폰 앱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가계부를 작성하든, 아니면 카드 회사나 스마트폰 앱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든 모두 공통된 방식으로 지출이 관리됩니다. 바로 지출 금액을 기준으로 지출을 기록하는 것이죠. 가령, 직접 가계부를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지출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지출 금액을 기록하고, 지출 항목별로 월별 총지출 금액을 계산하게 됩니다. 이번 달에 식비로는 얼마를 지출했고, 교통비는 얼마를 썼고, 의료비로는 얼마나 썼는 지를 정리합니다. 


이처럼 지출 금액을 기준으로 지출을 관리할 때에는 항목별로 목표 지출 금액을 정하게 됩니다. 가령, 매달 식비로 8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달에는 식비를 50만 원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식비에 30만 원을 덜 쓰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30만 원이라는 돈을 무작정 아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한, 두 달은 성공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소비 연비 기준에서는 총지출 금액이 아니라 지출이 자신에게 가져다준 행복이 기준이 됩니다. 즉, 소비 연비를 기준으로 어디서 지출을 줄일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똑같이 식비에 사용한 돈이지만 사용 대상과 상황에 따라 소비 연비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카페에서 고급 커피 한 잔을 구입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을 5000원이라고 하고, 한 달에 20일을 출근한다면 매달 커피에 쓰는 돈은 10만 원에 달하게 됩니다. 커피는 기호 식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면 커피 구입을 중단하려는 목표를 세우기 쉽습니다. 그런데 만약 아침 일찍 사 먹는 커피 한 잔이 내 삶에 큰 행복감을 선사하고 있다면, 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커피값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 연비가 나쁜 지출을 찾아서 그 항목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집에 와서 먹는 저녁 식사의 소비 연비가 나쁜 사람이라면 저녁 식사에 대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가령, 반찬 수를 줄이거나 더 저렴한 반찬으로 바꾸고) 커피에 대한 지출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의류에 대한 소비 연비가 나쁜 사람이라면 현재 의류 구입비 지출이 많지 않더라도 (그래서 의류 구입비 지출을 줄일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더라도) 의류 구입비 지출을 더 줄이는 대신 커피는 계속 마실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출을 관리하면 삶의 행복감을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같은 커피 한 잔이라고 하더라도 요일에 따라서, 간격에 따라서 소비 연비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커피 한 잔을 사 먹더라도 커피가 주는 행복감은 요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월요일과 수요일에 가장 큰 행복감을 주고 다른 날에는 행복감이 그렇게 않다면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커피 구입을 유지하고, 다른 날에는 저렴한 커피로 바꾸면 됩니다. 혼자 커피를 마실 때는 큰 행복감을 느끼지 않지만 친한 사람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혼자 마시는 커피는 가장 저렴한 대체재로 바꾸고, 카페에서 친한 사람과 마시는 커피 지출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 연비를 기준으로 지출을 관리할 때에는 지출 금액이 아니라 자신이 얻는 행복을 기준으로 지출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쓸 것에는 확실하게 쓸 줄 알고, 줄일 것에는 확실하게 줄일 줄 아는 것, 즉 '쓸쓸줄줄'의 방식으로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삶의 행복도는 유지하면서도 지출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 소비 연비 다이어리가 필요하다


소비 연비를 기준으로 지출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출을 통해 얼마만큼의 행복을 얻는 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 연비가 높지 않은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소비 연비가 높은 지출은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삶에서 느끼는 행복은 유지하면서도 지출 총액은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처럼 같은 품목을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소비 연비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비정기적으로 구입하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비 연비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입할 당시에는 연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뒤늦게 연비가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구입 당시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큰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 연비는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명확해지고는 합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소비 연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소비 연비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면 됩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는 가계부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지출 금액만 적는 것이 아니라 지출이 주는 행복감, 즉 소비 연비를 함께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소비를 한 직후에 행복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흐른 다음에 행복감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소비를 하는 순간이나 직후에는 자신의 소비 연비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비 연비를 기록할 때에는 소비 직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이 얻은 혹은 얻고 있는 행복감을 측정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어떤 품목, 어떤 상황에서 오랜 기간 큰 행복감을 느끼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자신에게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지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소비 연비를 제대로 이해하면, 지출의 총량은 줄이면서도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소비 연비 다이어리 작성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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