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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Dec 25. 2022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3)

소비 연비 다이어리 작성하기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 다이어리 작성하기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시작하라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지출을 무작정 줄이는 것은 살을 빼기 위해서 무작정 밥을 굶는 것과 같습니다. 고통스러워서 지속되기 어려운 방법이죠. 건강도 해치게 됩니다. 지출도 무작정 줄이게 되면 삶이 고통스러워집니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해서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소비 연비에 따라 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계획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소비 연비에 따른 지출 관리는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에는 가계부처럼 날짜, 지출 항목, 금액을 적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금액 옆에 소비 연비,  지출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감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10점이나 100 만점으로 표시할 수도 있고, 별의 개수로 표시할 수도 있고, 스마일 얼굴과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친숙한 것은  다섯  방식입니다. 제품 리뷰에서 흔하게   있는 방식이죠. 별을 절반만 채울  있게  주면, 채울  있는 공간은 10개가 되어서 10 만점 점수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사실상 동일합니다. 다만 매번  그림을 그리는 것이 번거로울 수는 있습니다.  그림 방식이든 10점 만점 방식이든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맞는 방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제가 2019 초에 구입한 파타고니아 배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연구를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었는데 파타고니아 세일 기간에 평소 눈여겨보던 배낭을 저렴하게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배낭은 지금도 매일 만족스럽게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오랜 기간 저와 함께 하게  것입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방이어서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10 만점으로  행복도를 표시한다면 10점에 해당하며, 별의 개수로는  다섯 개를 가득 채울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소비에 대해서 연비를 표시해주면 됩니다. 간단하죠?


#언제 소비 연비를 기록할 것인가?


그렇다면 소비 연비 측정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소비 직후가 아니라 소비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해야 합니다. 소비를 하는 순간이나 당일, 혹은 하루나 이틀 정도 후에는 대부분 자신의 소비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소비라는 행위 자체가  기쁨을 주기 때문이죠. 돈을 쓰고, 물건을 구입하는  자체가 즐겁고 기쁘게 느껴지는 일이기 때문에, 소비 직후에 연비를 기록하면 대부분의 소비는 연비가 높은 것으로 기록됩니다. 모든 소비가 큰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소비 연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소비의 기쁨이 사라진 뒤에야 가능합니다. 물건을 샀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후회감이 밀려오기 시작한 경험은 누구나 하게 됩니다.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을 샀다는 후회감이나 너무 비싼 물건을 샀다는 후회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 물건을 구입할 때는 이 물건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필요성이 사리지는 일도 있고, 취향이 바뀌거나 물건에 금세 싫증이 나는 일도 있습니다. 구입했을 때는 만족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감이 드는 소비라면 연비가 낮은 소비입니다.


소비 연비 관점에서 좋은 소비란 오랜 기간 행복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비입니다. 음식 중에서도 먹을 때는  즐거움을 주지만 먹은 후에 후회감이 밀려오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기름진 음식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하는 순간에만 즐거움을 주고 나중에 후회감을 불러오는 소비는 피해야 하는 소비입니다. 좋은 소비는 구입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후로도 오랫동안  만족감과 행복감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자신의 소비 연비를 평가해야 합니다. 소비를 하는  자체가 주는 기쁨이 사라져야 소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있습니다. 지출 비용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도 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소비는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돈을 쓴다고 해도 바로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월말에 자신이 정한 결제일에 대금이 번에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때까지는 돈을 썼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 카드 결제일이 되어서야 지출을 후회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라는 행위 자체의 기쁨이 사라지고 지출 비용을 제대로 인식할  있을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소비 연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소비 연비를 측정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점은 지출이 발생하고   후입니다. 


아래 그림에 나와있는 것처럼 지출이 발생하면 일단 지출 내역을 작성합니다. 날짜, 구매 품목, 구매처, 금액 등을 적는 것이죠. 단, 연비 부분은 비워놓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지출에 대한 연비를 측정합니다. 자신이 이 지출에 대해서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 지를 별의 개수나 점수로 표시를 합니다. 한 달 후에 연비를 측정하는 것이 처음에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가계부에 연비만 추가하면 되니까요. 가계부를 작성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정도의 노력만 투자하면 됩니다. 


그런데 사용 기간이 아주 긴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한 달이라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동 용품이나 전자 제품, 가구처럼 몇 년 내지는 평생 사용하는 제품들은 한 달 정도는 잘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6개월 혹은 1년 정도가 필요할 수 있죠. 그래서 사용 기간이 아주 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6개월이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번 평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소비 연비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의류 지출에 대한 소비 연비 다이어리 예시



#나는 어떤 소비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소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우선 자신의 소비 연비가 생각보다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소비를 할 때는 몰랐지만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소비 연비를 측정해보면 후회감이 드는 지출,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지출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소비 연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만 자각해도 절반은 성공입니다. 만약 자신의 모든 소비에서 높은 연비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비를 잘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해결책은 돈을 더 버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지출 항목별로 자신의 소비 연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수도 있습니다. 제게 있어서 가장 연비가 나쁜 항목은 음식입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이나 비싼 음식을 통해서 얻는 행복감이나 즐거움이 크지 않습니다. 음식 맛에 둔감한 것은 아닙니다. 식감이나 신선도, 향에 무척 예민한 편입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다양한 수준의 음식에 대한 경험이 있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식에서 큰 행복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반면 좋은 종이로 제작된 노트, 필기감이 좋은 연필이나 만년필, 타건감이 좋은 키보드 등을 사용할 때 훨씬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지출 항목별로 자신의 소비 연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디서 지출을 줄여야 할지가 명확해집니다. 저는 음식에 대한 소비 연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며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밥에 반찬 하나 정도로만 단출하게 식사를 합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대신 사무 용품은 가급적 좋은 것으로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사무 용품에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 연비는 단순히 지출에서 얻는 행복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 비용 대비 행복감입니다. 사무 용품에서 큰 행복을 얻더라도 지출 금액이 소비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외식의 연비가 높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의류에 대한 연비가 높을 수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공연 관람과 같은 문화생활의 연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연비가 높은 항목과 낮은 항목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하면 됩니다. 연비가 낮은 항목의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연비가 높은 항목은 필요한 만큼 지출을 유지하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지출을 관리하면 전체적으로는 지출을 줄이면서도 삶의 행복감과 즐거움은 유지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같은 지출 항목 내에서도 지출별로 연비가 다르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똑같이 커피 구입에 사용한 돈이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마시는지에 따라서 커피의 소비 연비는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의류 구입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류를 구입한 목적과 사용처에 따라서 소비 연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의 소비 속에서 연비에 대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같은 지출 항목에 속하더라도 어떤 경우에 연비가 높고, 어떤 경우에 연비가 낮은 지를 배우게 됩니다. 이 패턴을 알게 되면, 연비가 낮은 소비를 미리 예방할 수가 있습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목적은 단순히 자신의 소비 연비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소비 연비에 대해서 배워나가고, 앞으로의 지출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출의 총량은 줄이면서도 지출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늘려나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은 자신의 모든 소비가 높은 연비를 가지면서도 지출은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비 연비 다이어리는 가계부와는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지출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성공적으로 지출을 줄이면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소비 연비 다이어리입니다. 그래서  가까이 두고 들여다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계부를 적는 것보다는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만, 노력을 들인 만큼 삶에 변화를 경험할  있습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를 장기간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으면 몇 개월, 길어도 1, 2년 정도면 충분합니다. 소비 연비 다이어리는 자신의 소비 연비와 소비 패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입니다. 일단 자신의 소비 연비와 패턴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연비에 따른 소비를 실행하기 시작하면 소비 연비 다이어리 작성은 중단을 해도 됩니다. 이미 많은 것이 내재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가 되면 일반적인 가계부를 적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지출을 관리할  있게 됩니다. 지금부터 소비 연비 다이어리 작성을 시작해보길 바랍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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