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내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텍스트라는 몸을 입혀, 내면 밖으로 꺼내고 싶었다. 이런 욕구는 오래된 것이고 이미 여러 번 시도한 것이다. 매번 작업에 실패했다.
이 시절을 글이 아닌 말로, 지인과 나눌 때 들은 말이 기억난다.
“친구 어머니 얘기가 생각나네요. 그분도 정말 힘들었던 시기가 있으셨는데, 그 시기를 기억해보려 하면 그저 까맣다고 했데요. 인간 삶에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답했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키기 위해 ‘비공개’ 처리 하는건지도 몰라요”
이후 오랫동안 이 시절을 글로 써낼 마음이 없어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내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괜히 잠들어있는 화약고를 살핀다고 불을 켰다 폭발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고, 이번에는 '써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 적기 시작했다.
1장, 2장, 3장을 쓸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루 일과에 추가된 작업일 뿐이었다. 4장쯤부터 정신이 많이 힘들었다. 그때를 더듬는 것뿐이었는데 신경이 팽팽히 곤두섰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은 약간의 힘만 더해도 툭, 하고 끊어진다.
7장을 쓰고서는 도저히 더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9장부터는 회복의 이야기인지라, 1부를 마무리하는 게 고비였다. 딱 한 장 남았는데, 8장만 쓰면 되는데 도통 진도가 안 나갔다.
미노타우로스 신화가 떠올랐다. 내가 깊이 들어가 길을 잃은 동굴. 나를 잡아먹을 괴물이 산다는 미궁. 운좋게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죽어가고 있는 그곳.
지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린 지도가 정확하지 않아 오차율이 있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일 뿐이라도 지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신화에서처럼 붙잡고 나올 실 한 가닥이 있었다. 앞서 말한 가족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가장' 사이가 나쁜 사람이 가족인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떡할까. 그들에게 내가 써내는 글들이, 붙잡고 나올 수 있는 가는 실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지도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써낼수록 이런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지도를 그리려면 동굴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큰 횃불을 들고 있고, 허리에는 클라이밍 선수들만큼 굵은 줄이 묶여 있으며, 보호 장구도 튼튼히 갖췄다.
그럼에도 깊이 들어가자 산소가 부족한지 불이 점점 희미해진다. 허리의 생명줄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 보호 장비가 마모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여기서 돌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7장을 쓰고 8장을 쓰기까지까지 계속 이런 상태였다. 딱 한 장만 더 쓰면 되는데······ 돌아가야 하나?
여기서 또 운이 좋았다. 리프레시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계기를 마련해준 친구 덕에 내가 들어갔던 동굴의 지점까지 들어갔다가 무사히, 안전히, 건강하게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8장까지 읽었다면 미궁의 가장 깊은 곳(내가 들어가본)까지 함께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는 나오는 이야기만 남았다. 같이 밖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