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2/8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잠은 잘 자니?"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잠은 왜 필요한 걸까?
뇌 청소를 위함이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은 쉬지 않는다. 자다 화장실도 가고, 목 말라 물 마시러 일어나기도 한다. 신진대사는 자고 있어도 그대로 일어난다. 야식이 안좋은 이유도 밤새 소화기관이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살찌는 건 부가 서비스다.
잠을 잘 때 뇌는 청소를 한다. 그것이 잠의 가장 주된 기능이다.
치매 단백질이라 불리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무엇인지, 어떤 프로세스로 청소되는지까지 보통 사람이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궁금한 사람은 검색창에 넣을 수 있게 키워드만 남겨둔다. 일단 결론만 기억하자.
뇌 속 노폐물은 숙면을 취할 때 깨끗이 청소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에 찌꺼기가 남아 쌓인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내가 아는 한 치매에 걸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잘 자야 한다.
먼 훗날 치매가 아니더라도, 당장 다음날 모든 효율이 떨어진다. 운동능력, 사고력, 집중력 등 모든 것이. 잠이 부족하면 사람의 기능은 저하된다. 마치 윈도우의 ‘안전모드’처럼 되는 것이다.
켜지긴 켜졌는데 안 되는 게 많아진다.
숙면이 부족한 날이 이어지면, 병든 닭처럼 빌빌되게 된다. 잘 자야 한다. 잘 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면 지금 자고 있어야 하는데 눈은 똘망똘망 머리는 쌩쌩 돌아가는 경험, 정말 괴롭다.
수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내 수면 루틴은 세가지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 루이보스, 휴대폰
1. 음악
층간소음이나 길거리 소음에 잠들만하면 깨는 경험을 몇 번 해봤다. 운 좋으면 무시하고 잠들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혈압이 오르며 '이 시간에 왜 노래를 부르는 거야?' 같은 생각과 함께 각성해버리곤 했다.
무조건 내 손해다.
숙면을 위한 투자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한다. 광고 때문이 아니다. 화면을 꺼도 소리만 재생되는 기능 때문에 쓴다.
유튜브에 '수면 음악'을 검색해 보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때그때 잠자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소리를 활용한다. 멜로디 위주의 수면 음악이 잘 안 맞으면 모닥불 소리, 바다 소리 등의 ASMR도 있다.
소리로 차음막을 펼친다. 방문을 닫고 스마트폰 소리만으로 커버가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될 때도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도 써봤는데 뒤척거릴 때 불편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장만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매일 음악을 켜는 것은 아니다. 어쩔 때는 아무 소리 없는 상태가 잠자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일단 잘 시간을 정해놓고, 음악을 켜는 신호로 몸과 마음에 잠잘 준비를 시킨다.
수면 리추얼을 만들고 거기 나를 적응시킨다.
2. 루이보스
루이보스가 아니라 어떤 차여도 좋다. 카페인만 없으면 된다. 내 입에는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루이보스만 한 게 없다.
따뜻한 차를 홀짝거리다 보면 몸이 긴장을 푼다.
소주와 맥주에 뇌를 절여 잠드는 것보다 백만 배 건강하다.
3. 휴대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수면 음악 세팅을 하고 나서부터는 폰을 절대 만지지 않는다.
오징어 눈이나 우리 눈이나 똑같음을 알아야 한다. 오징어를 잡는 방법은 강한 빛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눈은 뇌와 연결되어 있어 흥분을 전달한다. 블루라이트필터고 뭐고 현대인의 수면 효율 저하는 스마트폰이 일등공신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놨다고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나 TV를 켜면 당연히 안된다. 숙면을 원한다면 모든 모니터 불빛을 멀리해야 한다. 잠들기 한시간 전부터 완전히 차단하자.
중간중간 음악 볼륨 조절을 하고 싶으면 스마트폰 옆 버튼을 활용한다.
'블랙 미러'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다. 까만 화면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삼키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까만 화면에 빨려 들어가기 전, 아예 뒤집어엎어 놓는다. 도구를 지배하지 못하는 자, 도구에 지배당한다. 지배당하지 않겠다.
손에서 폰을 놓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만, 대부분 유익한 것들이다. 자려고 음악을 깔아놓고 차를 홀짝거리며 폰은 손 닿지 않는 곳에 엎어 놓고 나면, 자연스레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게 된다.
이때 책은 절대로 재미없어야 한다.
재미있는 소설 속 세계나 인사이트 팡팡 터지는 지적 자극을 주는 책은 뇌를 흥분시켜 숙면에 방해된다. 재미없는데 유익한 책을 읽어주면 좋다. 10~15분 정도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좋다.
잘 자고 일어나 말끔하고 상쾌한 정신으로 하루를 맞이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수면 루틴을 적어봤다. 내 방법이 정답이라서가 아니라 숙면을 위한 설계가 필요함을 말하고 싶었다.
시답잖은 유튜브 콘텐츠와 인스타 친구들의 근황에 소중한 숙면의 기회를 빼앗기지 말자. 잠만 잘 자도 인생은 살만해진다.
숙면을 위해 투자하자.
훨씬 큰 이율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