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쾌변: 인생에서 중요한 것 3대장

강화: 4/8

by Homo Growthcus

삶의 질을 점검할 다음 질문.


"똥은 잘 싸니?"


고상한 척하고픈 함정에서 빠져나오느라 고생을 했다. '밥은 잘 먹니?' 마지막에 끼워팔기 식으로 간단하게 적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 그렇게 다룰 수 없다.


쾌변은 중요하다. 다만 '똥'이라는 단어가 터부시되어 거리낌이 있었을 뿐이다. 아직 거리낌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똥. 똥. 똥. 똥. 됐다. 이 글은 똥같은 글이다.


터부시되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쾌감 보상만 있는게 아니라 혐오 보상도 있는 것이다. 당이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먹을 때 '맛있다'는 쾌감을 주는 보상이다.


똥은 배설물이다. 몸에서 필요 없는 것을 배출하는 행위다. 혐오스럽고 더럽게 느껴진다.


최근 200년간 급속도로 보건, 위생,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간의 삶을 생각해보자. 작은 상처를 타고 들어간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만으로 사람이 쉽게 죽었다. 똥은 분명 위험했다.


터부시된 똥은 부르는 것조차 상스럽게 여겨져, 고상한 닉네임을 갖는다. 한국에선 '변'이라고 한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는다. 똥은 똥이다.


인간은 형이상학적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고민하고 진리를 추구하는게 자연스럽다. 철학과 신화는 그런 의미에서 쌍둥이다. 최근에 이르러 세 쌍둥이가 됐는데 '디지털' 혁명 때문에 그렇다. 메타버스에서의 삶을 논하는 시대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 문명은 문자 그대로 '모래 위에' 세워진다. 반도체 없이 디지털 세계를 논할 수 없는데, 반도체를 구성하는 재료인 실리콘은 모래에서 얻는다. 문득 고양이 화장실에 붓는 모래가 생각난다. 똥 얘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기승전똥의 흐름을 벗어나 다시 메타버스를 생각해보려 하는데 변기가 막혔다.


메타버스고 증강현실이고 당장 집안의 변기가 막히면 몽땅 관심 밖의 일이 된다. 디지털 문명은 물리적 기반 위에 세워진다. 인터넷 끊겨도 살 수 있다. 하수도 막히면 사람 미친다. 형이상학보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게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3잘 되시겠다. 요즘 말로 3대장이다. 앞의 둘은 이미 다뤘다. 잘 자고 잘 먹는 것만큼 잘 싸는 것.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쾌변하고 나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난다.


변비나 설사로 고생을 해보면 정상적인 변을 보는게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떠올려보자.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급똥이 마려웠을 때를. 참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극기훈련을 마치고 나면 진이 빠진다. 출근도 하기 전에 체력 다 닳는다.


무조건. 아침에 눈뜨자마자. 쾌변할수록 좋다.




이것도 설계가 필요하다. 일단 잘 먹으면 절반은 해결된다. 채소 많이 먹고 김치 좋아하면 변비 걸리기 어렵다. 식이섬유는 인간이 소화하지 못한다. 소화 안된 식이섬유는 장 속 찌꺼기를 모아모아 덩어리를 만들어 배출을 용이하게 한다.


탄수화물+나트륨만 먹으면 맨날 설사한다. 식이섬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만큼 당연한 결론이다. 떡볶이를 먹을 거면 양배추라도 넣어 먹자. 라면을 먹을 땐 김치를 꼭 꺼내 먹자.


이 분야의 끝판왕을 방금 말했다. 양배추. 양


배추 '즙' 같은 거 말고, 진짜 양배추를 먹자. 식이섬유는 갈면 파괴된다.


정말 변비가 심하고 쾌변이 간절한 사람은 매끼 식사량의 50%를 양배추로 먹자. 무게로 따지는 건 무리여도 부피로 대중하면 가능하다. 맛없으면 쌈장 된장 고추장 뭐라도 찍어서라도 먹자.


양배추 섭취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생으로 아삭아삭 씹어 먹으면 저작 활동(씹는 활동)이 된다. 치아 건강에도 좋고 포만감도 더 있다. 익히면 소화 흡수율이 증가한다. 전자레인지를 활용해 간편하게 데쳐먹는 것도 좋겠다.


양배추를 식사량의 50% 이상, 3일 넘게 먹었는데도 쾌변하지 못하는 사람은 병원에 가야 한다.




이 설계의 목적지는 아침 쾌변이다. 아침으로 가자. 눈 뜨면 물부터 한잔 마신다. 화장실에 가서 앉는다. 무의식적인 루틴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마지막 설계가 더해진다. 인체 공학상 양변기에 앉는 각도는 효율적인 쾌변과 거리가 멀다.


푸세식 화장실에 가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쪼그려 앉는 자세가 좋다.





그렇다고 표준 변기 설계를 바꿀 수 없으니 이때 필요한 것이 발판이다. 목욕탕에 가면 바닥에 앉을 수 없으니 정강이 높이 정도 오는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 화장실에 하나 들이자. 거기 발을 얹으면 각도가 딱 나온다.


이제 뭐 없다. 진인사대천명. 인간의 노력은 다했다. 이러고도 안되면 진짜 병원 가자.


내용을 정리한다. 양배추가 아니어도 좋으니 식이섬유 풍부히 먹어준다. 아침에 물을 마셔줌으로써 몸에 사인을 준다. 인체가 원하는 각도까지 세팅해준다. 웬만하면 잘 나온다.


저녁을 풍성하게 먹고, 자는 동안 몸이 열심히 만든 똥, 잘 보내주면 되는 것이다. 알바 교대할 때 시재를 정산하듯 고정된 시간에 깔끔하게 처리하고 나면, 하루가 쾌적하다.


당연히 무슨 활동을 하건 전반적인 효율이 올라간다.


쾌변. 중요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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