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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Nov 15. 2021

이름이 없어도 괜찮아

이유 없는 불행도 있다.

나쁜 팥쥐는 벌을 받고, 착한 콩쥐는 복을 받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렸을  읽었던 동화는 그렇게 말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믿음이 하나 생겼다. 내게 찾아온 나쁜 일은 전에 했던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라는 믿음 말이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굵고 무겁게 떨어졌다. 가방 속에 손을 넣어 다급히 휘젓는다. 우산은커녕, 비를 막아  아무것도 없었다.

   우산을 사러 들른 편의점은 야간 알바가 자리를 잠시 비웠는지, 불만 켜져 있고 열리지 않는다. 결국 아무도 없는 거리를 쫓기듯 뛰어서 집까지 가야 했다.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는다. 화장실 거울을 보니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다.

도대체 내가  잘못했지?’

    추운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비에 쫄딱 젖은 채로 뛰어야 했던  내게 무슨 잘못이 있거나, 실수를 해서가 아니었다. 까닭 없이 찾아오는 행운이 있듯, 이유 없이 들어오는 불행도 있다.

   갑작스러운 불행에 사람들은 당황한다. 그러기도 잠시, 불행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믿음은 오직 불행이 찾아올 때만 슬그머니 발동한다. 사람들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에는 ‘?’라고 묻지 않으면서, 불쑥 찾아온 불행에만 이유라는 이름표를 붙여 놓는다.

   살다 보면 이전에  행동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칠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을  어제의 결과라고 말할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과응보의 원리로만 인생을  설명할 수는 없다.

   가끔 삶에 이름 모를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구태여 이름을 찾아주지 않아도 된다. 삶에는 이름 모를 불행도 있는 법이니까. 불행에 이름이 없어도,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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