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관계를 데울 수 있다면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전 반차를 냈다. 일을 다 끝내고 다시 기차를 타려고 들어온 기차역, 햄버거 가게가 보였다. 기차에서 내리면 어차피 점심시간이니 햄버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가방을 열어 햄버거를 꺼낸다. 차갑다. 기차로 한 시간을 내리 달렸으니, 당연하다. 전자레인지에 햄버거를 넣는다. 1분이 지나자 차가웠던 햄버거는 뜨거워졌다.
전자레인지에 넣어보고 싶었다. 식어진 관계가, 끊어진 관계가 그렇게 하면 다시 뜨거워질 것 같아서. 다시 돌린 햄버거가 처음의 맛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때 그대로가 아니라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싶었다. 끊어진, 완전히 식은 우리의 관계를 생각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내 잘못이다’ 이야기하는 걸 주저해 식어 버린 모든 과거의 내 모습을 자책하며 따뜻하게 데운 햄버거를 씹어 삼켰다.
꼭 한번, 나는 꼭 너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