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들고 통곡하는 원숭이가 되지 않으려면

원숭이와 신발

by 쓰는 인간




"5세대 나오나?"

필자는 약 10년째 애플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가 시작이었다. 지금은 아이폰, 애플 워치, 에어 팟까지 사용한다.

군 복무를 마친 뒤 후배에게 싼 값으로 아이패드 2를 샀다. 워낙 싸게 올려놨길래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으로 산 거다.

생각보다 잘 맞았다. '이 정도면 노트북 대신 써도 되겠다' 싶었다. 복학할 때가 되어 '어떤 노트북 사줄까?' 아버지는 물으셨다.

"아이패드 사주세요." 후회하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절대 그럴 일 없다' 말했다. 에어 2를 거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프로 3세대까지. 쭉 아이패드를 썼다.

원칙이 생겼다. 무작정 최신 제품을 사지 않는다. 리뷰를 찾아본다. 지인들의 사용기를 들어본다. 지금 가진 애플 워치, 에어 팟 모두 이렇게 샀다.

막상 샀을 때 돈 낭비라고 느껴지거나 ‘이럴 바엔 차라리 다른 거 살걸’ 생각한다면 그땐 이미 늦은 거니까.


온두라스의 콜루테가 다리.


"야, 이거 뭐냐. 겁나 웃기네."

‘콜루테가 다리’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다리다. 사진 아래 쪽에 보이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딸랑 놓여있다.


다리는 냇가, 골짜기, 계곡, 혹은 강이나 바다를 건너기 위한 구조물이다. 그런데 이 다리는 보이는 것처럼 강과 떨어져 있다.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다리가 지어진 곳은 악천후로 유명했다. 때문에 폭풍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졌다.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예측 경로를 벗어난 허리케인이 콜루테가 다리가 있는 곳을 완전히 쓸어버렸다.

훌륭한 설계 덕분에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다리는 살아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양쪽 끝의 도로가 완전히 유실되었다. 비가 워낙 많이 쏟아진 탓에 홍수가 일어났다.

강의 경로까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강은 이제 다리 옆을 흐른다. 있으나 마나 한 다리가 되어 버렸다.

앞에 벌어진 상황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리는 태도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 느려도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가정하며 결정을 내리는 태도도 필요하다.

결정의 속도를 떠나,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충분한 생각’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여기 어떤 원숭이처럼 말이다.




깊은 산 숲속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았다. 여우 한 마리가 어느 날 원숭이를 찾아왔다. 등에 봇짐을 짊어지고 온 여우는 원숭이를 보더니 큰절을 올린다.

"대왕님, 이제야 뵙는군요!"

"나를 아시오?"

"그럼요, 당신의 위대함을 저기 바다 건너까지 알고 있습니다!"

처음 본 여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원숭이는 자기가 왜 왔는지 전혀 밝히지 않는 여우의 몰에 홀랑 빠졌다. 원숭이는 며칠 동안 여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몇 번 만나자 둘은 제법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여우가 평소 같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는 거요?"

묻는 원숭이에게 여우는 ‘다른 동물들은 원숭이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

신발 자체를 몰랐던 원숭이는 ‘모두 신발을 신고 있다’는 말에 당황스러워졌다. 여우는 그런 원숭이에게 신발을 꺼내 ‘신어 보라’ 권했다.

‘신발을 살 돈이 없다’는 원숭이의 말에 ‘선물이니 그냥 받으라’고 말하는 여우의 말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원숭이는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볼 모습을 떠올리며 그저 흐뭇해했다.

막상 신발을 신으니 불편했다. 원숭이에겐 굳은살이 있었다. 굳은살이 발바닥을 보호해주니 그에겐 신발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신는다’고 하니 별 불평 없이 신발을 계속 신었다. "자, 여기 새 신발을 가져왔습니다." 신발이 해어졌다. 때맞춰 여우가 나타나 이번에도 신발을 거저 준다.

원숭이는 더 신발이 불편하지 않았다. 딱딱했던 발바닥은 이제 제법 부드러워졌다. 신나게 신발을 신고 다닌다. 어느새 다 닳아버렸다. 다시 여우가 나타났다.

"신발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먼 곳에 가서 사 와야 하는데, 대왕님이 계신 숲에서 열리는 열매가 필요합니다."

광주리 30개나 되는 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별수 없지’ 생각하며 원숭이는 밤새 숲의 열매를 땄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다. ‘신발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오르고 또 올랐다. 열매는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원숭이는 신발을 얻기 위해 모든 열매를 바쳐야 했다.

어느 날 열매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모두 떨어진 거다. 이제 원숭이는 아픈 발바닥을 부여잡고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 우화 ‘원숭이와 신발’ -



"와, 네 말 들으니까 아이패드 진짜 사고 싶다." 아이패드를 워낙 오래 썼다 보니 주변에서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무조건 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진짜 필요해?'

'어떤 일에 쓸 건데?'

묻는다. 오히려 ‘아이패드 사지 마’ 말할 때가 더 많다. 필자는 여우가 아니다. 애플 직원도 아니다.


구매뿐일까?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원숭이가 안타깝다. 신발을 구매해서가 아니다. 신발을 사고, 신고 다녔을 때 일어나는 일들. 그걸 생각하지 않고 덜컥 사버린 일. 그 모습이 안타깝다.

한 번 더 생각해보자. 한 번만 더 고민해보자. 아이패드를 들고 통곡하는 원숭이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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