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두 애인
“어? 이게 뭐야?”
처음 보는 계정들, 거의 엇비슷했다. 그들이 눈에 띈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난 직후였다.
‘이렇게 하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필명으로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글의 일부를 카드뉴스처럼 만들어 올렸다. 온갖 태그와 함께.
브런치에서 글로 만나던 작가님들 몇을 만나기도 했고, 반대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알게 된 브런치 작가님들도 몇 된다.
물론, 글과 글쓰기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 분들도 적지않다.
'소개계정 맞팔'
‘소개계정 맞팔 부탁드려요’
‘소개계정 선팔시 맞팔 갑니다’
처음엔 ‘뭘 소개 하길래 소개계정인가’ 했는데, 본 계정은 따로 있고, 팔로우 숫자를 늘리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팔로우하는 일종의 부 계정 같은 게 소개계정이었다.
처음엔 ‘팔로우가 밥 먹여주나’ 생각했다가 ‘밥 안 먹어도 배부르지!’ 생각했다. 나도 처음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올라가고, ‘구독자 수가 이만큼 늘었다’는 통계나 ‘**님이 내 글을 좋아합니다’라는 알림을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다.
공짜는 없다. 이리저리 팔로우를 누르고 다니는 일이라면, 할만하겠지만, 그보다 더한 일이라면?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얻기위해 어디까지 참을 수 있을까?
"아이고, 남자 혼자 불쌍해서 어째..."
한 사내가 있었다. 여든이 훌쩍 넘은 어느 날 사랑하는 부인이 곁을 떠났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희끗희끗 흰머리, 이마에는 주름살 뿐이었다.
물론,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자식들이 있었지만, 이미 독립했으니 가끔씩 집에 찾아 올 뿐이었고 적적하게 일상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웬일인가? 언젠가부터 회춘한 듯 탱탱한 얼굴에, 환한 미소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좋은 화장품을 발랐나?' ‘도대체 비결이 뭘까?’ 수군댔다.
비밀은 놀랍게도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다. 한명은 연하, 또 하나는 연상의 여인이었다. 번갈아가며 둘씩 만나니 얼굴에는 웃음꽃이 질 날이 없었다.
"저 여자야?"
"응, 저 여자가 자기보다 젊은 남자랑 만난대."
"그 나이에? 아휴, 하여간 주책이야!"
남자야 행복했겠지만, 연상의 여인은 동네 여자들 입방아에 올랐다. ‘늙은 여자가 주제도 모르고 젊은 애인을 만난다’는 말이 불편했다.
‘검은 머리를 뽑으면 흰 머리만 남아 금방 내 나이처럼 보이겠지’ 생각했다. 애인의 검은 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반대로 젊은 여자는 ‘늙은 남자를 만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흰 머리를 조금씩 뽑았다.
남자는 아팠지만 찍소리도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둘을 다 만나기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아, 물론 두 애인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 알았다면 머리카락 말고 다른 걸 뽑았을지 모른다.
거울에 비친 머리털이 얼마 남지 않은 모습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남자는 "아, 내가 왜 미련하게 참고만 있었지?" 소리를 지르며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들을 잡고 울었다.
- 이솝 우화 중 ‘한 남자와 두 애인’ -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이목을 끄는 일에 아예 무신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관심을 먹고 자란다. 소개 계정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팔로워를 모으는 사람들이 퍽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저것도 용기라면 용기다. 하지만, 두 여인에게 사랑 받기 위해 머리털을 모두 뽑힌 한 남자처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의 행복까지 희생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고작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일 가지고 뭘 그렇게 걱정이냐고? 어디 인스타그램 뿐이겠는가.
행복을 열심히 좇는다고 생각했는데, 참고 또 참다 결국 불행해진 사람이 한 둘이냐 이 말이다. 헐리웃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한 영화배우 Bette Davis는 이렇게 말했다지.
“행복을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것 희생하면서 단 하나를 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