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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Sep 18. 2015

우리는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간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平成狸合戦ぽんぽこ, 1994)

인간과 자연의 대립과 화합이라는 주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이어진 지브리가 주로 다루는 주제입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확실한 화합을 보여주었고, 이후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감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서의 자연을 보여주게 됩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확실한 대립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너구리들이며, 이 작품에서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로 악역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하고 1994년 7월에 개봉하여 그 해 일본 내 영화 배급 최고 수익인 26억 5천만 엔을 얻어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일본을 전 세계에서 <라이온 킹>이 수익 1위를 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우선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1960년대 중반 타마구릉에서 살던 너구리들은 인간들의 뉴타운 건설로 인해 보금자리를 잃고 산속으로 쫓겨나며 먹이 부족까지 겪게 된다. 이로 인해 너구리들은 서로 싸움을 벌이고 이를 보던 오로쿠 할멈은 너구리들 끼리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를 잊어버린 인간을 징계하고 삶의 터전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너구리들은 연합하여 오랫동안 잊혀 왔던 ‘둔갑술(化學)’을 다시금 연습하고 둔갑술에 능한 너구리들을 초대하기 위해 시코쿠에 타마자부로, 사도에 분타라는 너구리를 파견한다. 그리고 오로쿠 할멈을 중심으로 둔갑술을 수련하며 인간들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 과격파 너구리들의 대장격인 곤타는 자신이 살던 다카가 숲이 황무지화 된 것을 보고 크게 분노하여 둔갑술을 이용해 인간들을 방해한다. 첫 번째 승리 이후 곤타는 모든 인간을 죽여야 한다며 너구리들을 선동하며, 온건파인 쇼키치는 그래도 인간들을 조금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승리 축하행사에서 곤타는 부상을 입게 되고 이후 계속되는 방해 활동은 약간의 소란만  남길 뿐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후로도 시코쿠에 간 타마자부로는 시코쿠의 장로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계속되는 회의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었고, 사도로 떠난 분타는 소식이 끊기고 만다. 그리고 부상이 나은 곤타는 쿠데타를 일으키지만 낙천적인 너구리들의 성격과 때마침 시코쿠에서 도착한 타마자부로와 세 마리의 너구리 장로들이 오면서 흐지부지 된다. 
세 장로는 모든 너구리들을 이끌고 인간들에게 자연과 귀신의 두려움을 알려주겠다며 “요괴대작전”을 결행한다. 이 과정에서 장로 하나가 목숨을 잃기까지 하지만, 인간들은 비과학적인 환상에 크게 두려움을 얻지 않았다. 오히려 이 “요괴대작전”은 근교에 세워질 유원지 “원더랜드”의 선전에 이용되어 버리며, 너구리들은 이에 크게 낙심한다. 그러던 중 인간으로 둔갑하여 유원지에 소속되어 일하던 여우 류타로는 멸망해버린 여우들의 사정을 말하고 너구리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원더랜드”에 취직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며 취업을 제안한다. 그러나 너구리들은 이를 이용하여 원더랜드의 사장에게서 1억 엔을 강탈한다.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너구리들 가운데 강경파 곤타를 중심으로 한 한 무리의 너구리들은 인간들을 습격하고, 환경단체로 둔갑하기도 하며 경찰들과 대치하다가 결국 경찰들이 쏜 총에 전부 죽고 만다. 그리고 사도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귀향한 분타는 변해버린 마을에 큰 상실감을 갖고 남은 너구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 예전의 타마 지역의 모습을 복원시킨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들에게 향수를 일으켜 너구리들과 공생을 하며 살아가는 개발을 하게 된다. 
이후 둔갑술을 사용하는 너구리들은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가게 되고 둔갑술을 하지 못하는 너구리들은 산속과 인간들 틈 사이에서 위험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너구리들은 흩어지고 세월이 흘러 쇼키치는 인간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견디고 산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중 어느 날 밤, 퇴근길에 너구리 무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너구리들을 따라간 곳에서 친구 폰키치와 재회한다. 


이 작품은 환경보호라는 주제 안에서 여유롭다고 여겨지는 너구리들의 성격을 재치 있게 그려냈습니다. 여우나 고양이처럼 약삭빠르지 않고 특유의 낙천적이고 엉뚱한 성격을 그려냈지요. ‘여우 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보다 ‘너구리 같은 녀석’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훨씬 정감가지 않나요? 무언가 미운 짓을 해도 크게 밉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너구리들의 노력 끝에 결국 인간들은 너구리와 공생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너구리들을 위한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쇼키치가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습니다.


인간들이 이런데서 용케 살아가는 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

이 작품은 몇몇 주요 캐릭터들의 성우들을 현직 만담가로 했습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일본의 전통 만담극을 보는 느낌을 줍니다.


++

둔갑한 너구리들이 체력을 다 써서 피곤해지면 눈 밑에 너구리 반점이 생긴다고 합니다.

주변에 다크 서클이 좀 너무 짙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계시다면 혹시 너구리인지 의심을 한번...?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지브리 스튜디오 최고의 카메오 출연을 자랑합니다. 

이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코카콜라 옆 <바다가 들린다> 포스터
<마녀 배달부 키키>의 키키
<붉은 돼지>의 포르코와 비행기
<이웃집 토토로>의 토토로와 <추억은 방울방울>의 어린 타에코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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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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