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海がきこえる, 1993)
<바다가 들린다>는 앞서 <추억은 방울방울>을 제작할 때 채용했던 지브리의 젊은 스탭들만으로 구성된 팀이 만든 TV용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와 전혀 관계없는 최초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외적인 정보로, 원작은 히무로 사에코의 동명소설, 애니메이션 감독은 모치즈키 토모미(남자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콘도 카츠야가 맡았습니다.
그럼 간략하게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고치 출신의 모리사키 타쿠는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하여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때마침 고향에서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리기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타쿠는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추억의 중심에는 고교 2학년 때 전학 온 무토 리카코가 있었다.
리카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체육도 잘하는 소녀였지만, 고치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소녀였다. 이러한 리카코를 타쿠의 친구인 유타카는 좋아하고 있었다. 오히려 타쿠는 리카코를 조금 불편해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수학여행에 가서 리카코는 돈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타쿠에게 꽤 큰돈을 빌리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돈은 리카코가 나중에 도쿄의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해 빌린 자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타쿠는 리카코의 도쿄행에 동행하게 되고, 도쿄에서 리카코의 변덕에 휘둘리게 된다. 이후 고치로 돌아와서도 반에서 점점 겉도는 리카코와 이를 방관하기만 한 타쿠는 결국 리카코와도, 그리고 절친인 유타카와도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졸업하게 된다.
고향에 돌아온 타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타카였다. 유타카는 타쿠에게 사과를 하며 그 때의 타쿠가 리카코를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동창회, 타쿠는 리카코를 기다리지만 결국 리카코는 오지 않는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간 타쿠는 우연히 역에서 리카코와 재회하게 된다.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결국 타쿠가 알아차린 것은 리카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었습니다.
작품 내내 자신에게 소리쳐왔던 바다는 타쿠의 속마음이었던 것이지요.
타쿠는 리카코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렇게 바다가 들린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다가 들린다>는 1993년 5월 5일에 방영된 이후 2011년에 재방송이 되기까지 18년이 넘도록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그 세월의 차이 때문일까요? 재방송 되었을 때엔 당시의 고등학생의 정서를 건드리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방 때에는 시청률이 높을 수가 없는 시간대인 오후 4시부터 5시 반까지 방영됐음에도 불구하고 17.4%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였는데, 2011년의 재방송 때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7.2%의 시청률을 기록할 뿐이었습니다.
사실 1993년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으니, 이야기가 주로 진행되는 고교 생활 부분은 이보다도 훨씬 전입니다. 그래서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아마 타쿠와 리카코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당연히 지금의 고등학생과는 그 정서가 맞지 않습니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친구와 통화하기 위해 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친구의 부모님께 전화를 바꿔달라거나, 친구와의 비밀스러운 통화를 위해 전화기를 가지고 구석으로 숨는 등의 경험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이얼 전화를 걸어본 경험은 아마 전무할 것이고, 수학여행을 갔다 온 후 원하는 사진을 인화해서 돌려 뽑는 경험도 없겠지요.
하지만 2011년에 이 작품을 다시 본 타쿠와 리카코 또래의 학창 생활을 했던 일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아마 ‘응답하라 1994’를 본 느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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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재방송 시 "이 작품은 청소년의 음주, 흡연 장면이 있지만, 원작의 작품성과 원작자의 의도를 존중하여 그대로 방송합니다."라는 자막이 나갔습니다. (이것도 시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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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돼지>에서 JAL의 후원을 받았으나, <바다가 들린다>에서 주인공은 ANA를 이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어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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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밥 먹고 있는 붉은 돼지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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