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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Sep 09. 2015

나는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1991)

오카모토 호타루와 토네 유코의 만화 <추억은 방울방울>의 원작을 처음으로 받아보았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외에는 누구도 감독할 수 없는 기획을 들여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작 <반딧불의 묘>에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뛰어넘는 리얼리티를 보여줬다고 여겨지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3년 만에 <추억은 방울방울>을 감독하게 됩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작품 안에서 실제를 뛰어넘는 리얼리티 요소들을 곳곳에 장치하였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캐릭터들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요, 어떠한 만화적 과장 없이 모든 캐릭터들이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행동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나온 부드러운 움직임 때문일까요? 이 작품은 2011년 4월에 뮤지컬화가 결정되어 지브리 작품으로는 최초의 뮤지컬화를 이루어냅니다.


두 번째로는 철저한 고증을 들 수 있는데요.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82년의 당시 각 지역의 실제 모습은 물론,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인 1966년대의 배경을 위해 당시 유행하는 드라마의 주제가를 삽입하는 등의 세심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은 전부 보고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 듭니다.


그럼 우선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도쿄에서 OL(Office Lady)로 살아가던 27세의 오카지마 타에코는 여름휴가 때 형부의 고향인 야마가타 현으로 농사를 도우러 간다. 도심지에서 나고 자란 탓에 시골에 대하여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타에코는 시골로 내려가는 중,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기 시작한다.
할머니와 함께 온천에 놀러갔던 기억, 처음으로 파인애플을 먹었던 기억, 급식 때 싫은 음식을 먹어야만 했던 기억, 자신을 좋아하던 남자 아이와의 두근거렸던 기억, 동년배 남학생들이 월경을 가지고 놀리던 기억들은 타에코에게 더없이 소중한 기억들이다.
야마가타 현에 도착하자 타에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기농 농사에 뜻을 두고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귀농한 토시오였다. 토시오는 타에코에게 농촌 생활에 대하여 하나하나 알려주며, 타에코는 어째서인지 그에게 자신의 초등학교 5학년 시기의 추억들을 하나씩 이야기 하게 된다.
새 옷과 핸드백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 분수의 나눗셈을 유독 어려워했던 기억, 학예회 연극 공연 때 연기를 잘 하여 극단에서 출연 문의가 온 일과 그로인해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기억 등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추억들을 토시오와 나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타에코는 도쿄로 돌아가기 전날 밤, 사돈 어머님께 토시오와의 결혼에 대한 제의를 받는다. 갑작스런 제안에 혼란을 느낀 타에코는 집에서 뛰쳐나가게 되고 자신은 시골 생활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혼란함을 느끼던 타에코 앞에 토시오가 나타나고 그녀의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상처로 남아있는 전학생 아베에 대한 추억을 꺼낸다. 이야기를 들은 토시오는 그녀를 위로하고 타에코는 그의 위로에 큰 위안을 얻는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오른 타에코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친구들과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결국 과거의 자신의 손에 이끌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되어 열차에서 내려 다시금 야마가타로 돌아간다. 그리고 연락을 받고 타에코를 마중 나온 토시오와 타에코를 초등학교 시절의 타에코와 친구들이 응원한다.


애니메이션에서 현실을 나타내는 1982년의 모습은 뚜렷하고 정확한 묘사와 더불어 명확한 색조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추억을 나타내는 1966년의 모습은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고 색조 역시 파스텔 톤으로 그려져 있어 추억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추억은 방울방울>은 1991년 7월 20일 개봉하여 관객 동원 216만 9435명, 배급수입 18억 7천 만 엔의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수익을 통해서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목표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지브리는 프리랜서 스탭들의 사원화 및 고정급제도의 도입을 이루어 냄과 더불어 신인 애니메이터의 정기채용과 육성을 하는 하나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프로듀싱 하던 스즈키 토시오가 겸업하던 월간 아니메쥬의 편집장을 그만두고 완전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로 자리 잡게 됩니다.



+

국내에선 제목이 알려진 것에 비해서 의외로 이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 많은데요. <추억은 방울방울>은 2015년 8월 21일에도 TV에서 상영을 하였고, 시청률도 9.3%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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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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