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은 장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저런 기획의 애니메이션들도 많이 존재하고 있지요. 단편으로만 약 20편 정도의 애니메이션이 있는데요. 이들 가운데에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보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없는 대부분의 단편 작품들은 지브리 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예 볼 수 없는 작품들도 있기도 합니다.
<하늘색 씨앗>은 나카가와 리에코 (글)과 야마와키 유리코(그림)의 동명의 그림책을 원본으로 스튜디오 지브리가 1992년에 니혼테레비 개국 40주년 기념용으로 제작하여, 그해 11 월 23 일에 방영된 30초짜리 작품입니다.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료를 찾기가 정말 힘들어 동화책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그 느낌을 상상할 수밖에 없네요.
<On Your Mark>는 1995년 <귀를 기울이면> 상영 때 앞서 상영된 6분 40초짜리 뮤직비디오 형식의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의 인기 듀오 차게 앤 아스카(Chage&Aska)가 1994년 발표한 싱글 앨범의 노래 제목과 동일합니다. 아스카가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프로모션 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 했고, 이에 차게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두 사람이 차게 앤 아스카의 차게와 아스카를 각각 닮았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차게, 잘생긴 남자는 아스카를 모티프로 그려졌지요.
작품의 배경은 지표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질병이 만연하고 인류가 지하에 살게 된 세기말 이후의 미래입니다. 줄거리는 聖NOVA’S CHURCH라는 종교 교단을 습격하여 제압한 무장 경찰대 중 경찰관 2 명이 교단 시설 속에서 날개 달린 소녀를 발견하고, 두 사람이 그녀를 하늘로 돌려보내기 위해 분투를 하는 내용입니다.
지브리는 이 작품에서 멀티 엔딩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서 작품의 해석에 있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도 스스로 가사를 꼬아서 복잡한 복선을 잔뜩 넣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미래를 다루고 있고, 핵전쟁 이후를 생각나게 하는 배경과 상당히 잔혹하기까지 한 장면들은 그의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기존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색과는 확실히 달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음 장편 애니메이션의 예고편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결국 장편으로 제작되진 않았습니다.
<기브리즈 에피소드 1>은 스튜디오 기브리(지브리)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2000년 에 니혼테레비에서 방송되었습니다. 뒤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ghibli의 원래 발음은 “지브리”가 아니라 “기브리/기블리”로 “지브리”라는 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람들이 정확한 원래 발음인 “기브리”로 살짝 꼬아서 장난을 친 이 작품은 실제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원들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5개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무도회(華麗なる舞踏会, 2001. 10) / 란프탄의 모험(ランプータン の冒険, 2001. 10) / 물고기의 물고기(魚の魚, 2001. 10) / 타코레타(タコレーター, 2002. 11) / 삐약삐약 바바(ぴよぴよバーバ, 2002. 11) / 덥수룩이 군(ぼうぼう君, 2002. 11) / 마다란계(マダラン界, 2007. 4) / 진화론(進化論, 2008. 11)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8개의 영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지브리 미술관 지하 1층의 상설 전시실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한 무도회>와 <란프탄의 모험>, <물고기의 물고기> 3 개의 영상만 상영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무음이었는데, 2005년 3월부터 음악이 삽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나카가와 리에코와 야마와키 유리코의 또 다른 동화 <いやいやえん>의 두 번째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약 16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나카가와 리에코와 야마와키 유리코의 작품은 92년에 <하늘색 씨앗>에 이어 두 번째로 단편 애니메이션화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작의 팬이어서 애니메이션화에 있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는 놀랍게 제 56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 다이토 노부오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내용을 볼까요?
튤립 보육원의 샛별반 아이들이 배를 만들고 고래를 잡기 위해 공상의 넓은 바다로 출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선박의 침수나 폭풍 등의 사고를 이겨내고 마침내 고래를 잡게 됩니다. 아이들은 육지에 온 고래에게 화관을 주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고래는 다시 넓은 바다로 돌아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좋아할 만하네요.
강아지 고로가 주인인 사와코의 뒤를 쫓으려고 집을 벗어나 미아가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을 하였습니다. 지브리 미술관 지하 1층 영상 전시실에서 수시로 상영되고 있는 이 작품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묘사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으로는 드물게도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가 있는 동네 근처를 무대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리타 히로유키는 이 작품의 원화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고양이의 보은>의 감독으로 발탁되었다고 하네요. 개 애니메이션의 원화가가 고양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이라니... 재미있네요.
<이웃집 토토로>의 외전 성격을 가진 작품으로, 박물관 용 단편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약 14분짜리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히사이시 조 음악의 삼박자를 갖추었습니다. 그만큼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즈키 토시오도 토토로의 힘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내용을 조금 살펴볼까요?
메이는 어느 날 집 정원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상한 회오리바람을 만나게 됩니다. 놀란 메이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와 회오리바람을 방안에 가두는 데 성공하는데요. 회오리바람의 정체는 실수로 부모님과 떨어진 아기 고양이 버스였습니다. 메이는 아기 고양이 버스에게 자신의 캐러멜을 주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잠든 메이에게 아기 고양이 버스가 놀러 오고, 메이는 아기 고양이 버스를 타고 한밤중의 공중 산책을 즐깁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스스로 만들고 내레이션까지 한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의인화된 돼지의 모습으로 나와 비행 기계들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19세기 서양인이 상상하던 미래의 비행 기계가 유머러스하게 소개되며, 그 비행 기계들이 문명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그려놓았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비행기계들의 묘사를 위해 사용된 기법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도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공개되었던 이 작품은 가끔씩 일본항공(JAL)의 일부 비행기에서 기내 상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보신 분 계신가요?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획하고 안노 히데아키가 감독을 맡아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였습니다. <상상 속의 비행 기계들>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번에는 무기가 주를 이룹니다. 부유 전함, 잠수함, 지하탱크, 심지어 기동 보병 등 허구를 담은 상상의 무기들이 등장합니다. 마지막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되어버립니다.
이 작품에서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소리로는 오직 내레이션과 효과음, 그리고 배경음악뿐입니다.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가 이 작품을 맡은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결혼 피로연에서 주빈으로 축하 연설을 해주는 조건으로 수락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축하 연설 중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연설을 하고 있지만, 안노 히데아키는 아직 콘티를 완성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주변으로부터 웃음을 자아냈다고 하네요.
기획에 미야자키 하야오, 원작·각본·감독으로 안노 히데아키, 음악에 히사이시 조, 프로듀서는 스즈키 토시오, 그리고 제작은 스튜디오 지브리라는 드림팀이 뭉친 작품입니다.
2002년에 <고양이의 보은>과 동시 상영으로 공개된 작품으로 스튜디오 지브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다루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이긴 하지만 왜인지 주인공은 노나카씨 인 것으로 보이네요.
출판부 부장인 유카리씨가 주인공인 매운 카레집에 걸린 상금 승부 이야기, 저작권 경영실 과장 노나카씨의 전철 안 미녀와의 조우와 첫사랑에 대한 추억 이야기, 요네모리씨의 퇴근길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 중 노나카씨의 첫사랑 이야기는 기브리즈 에피소드 1에도 나왔던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해서 새롭게 그린 것이네요. 비교해보면 그림도 더 깔끔해지고 스토리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일본어로 계속(つづく)이라고 나와있는 것을 보니 기브리즈 에피소드 3을 기대해도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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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노나카씨의 실제 모습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습 비교입니다.
노나카씨 본인은 별로 안 닮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싱크로율이 어마어마하지요?
https://brunch.co.kr/@homoartcus/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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