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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Dec 17. 2015

그 추억은 정말 너의 추억이니?

추억의 마니 (思い出のマーニー, 2014)

조앤 G. 로빈슨 원작의 이 애니메이션은 <마루 밑 아리에티>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4년 만에 맡은 작품이며 현재 지브리의 마지막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이 나오고 난 후 지브리는 더 이상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을 했지요.


그럼 지브리의 마지막 작품, 그 내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영화에 반전 요소가 있으며 내용 소개에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천식을 앓고 있는 안나는 수줍음이 많아 친구가 없고 학교에서 고립되어있다. 사고로 모든 혈육을 잃고 양부모 밑에서 자란 안나는 천식의 요양을 위해 양어머니의 친척이 사는 해변 마을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홀린 듯이 어떤 저택으로 다가가게 된다. 그 저택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였다.
안나는 동네 사람들과 만나며 마을 축제에도 가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동갑내기들과 트러블이 생기며 황급히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전의 그 저택으로 향한 안나는 저택에서 마니와 대면하게 된다. 밝은 성격의 마니 덕분에 둘은 금세 친해졌고, 안나는 마니와 많은 추억을 쌓는다. 함께 피크닉을 가서 과자와 주스를 마시기도 하고, 마니 집안의 파티에 초대되어 꽃을 팔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따금 마니를 보기 위해 저택을 찾아가면 마니가 살던 저택은 폐가일 뿐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온 안나는 마니의 저택을 그리는 히사코라는 노부인을 만나 그 저택이 팔려 개축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서둘러 저택으로 간 안나는 마니의 방에서 사야카라는 소녀가 마니를 부르는 목소리에 놀란다. 사야카는 마니의 저택에 새로 이사 오게 된 도쿄에서 온 소녀였고 둘은 마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안나는 마니가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이라고 사야카에게 말했지만 사야카는 그런 안나에게 마니의 일기장을 보여준다.
그날 밤 안나는 마니와 만나 자신을 키워주는 양어머니가 사실은 자신의 양육을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마니는 안나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일을  이야기해준다. 사실 마니는 겉으로는 무척 밝은 아이였지만, 뒤로는 부모님에게 버림받았으며 저택의 하녀들에게까지 핍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안나는 그런 마니를 위로하며 마니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두려움의 근원인 오래된 사일로(곡물 저장 창고)로 같이 가자고 한다. 하지만 안나와 함께라고 할지라도 마니의 두려움은 멈출 줄 몰랐고, 마니는 옆에 있는 안나가 아닌 소꿉친구 카즈히코의 이름을 불러댄다.
안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사일로 안에서 외톨이가 되어있었다.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안나는 혼자되는 것에 큰 두려움이 있었으며, 자신이 마니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사일로에서 뛰쳐나오다 넘어지고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꿈속에서 마니와 만나게 된다. 마니는 자신이 곧 사라지며, 사일로에 두고 온 것을 사과한다고 말한다. 안나는 마니를 용서한다.
다음날 사야카는 마니의 일기장의 찢어진 부분을 그림의 뒤에서 발견했다고 하며 가지고 온다. 놀랍게도 그림은 히사코가 마니에게 그려준 것이었으며, 두 사람은 그 길로 히사코에게 달려가 마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히사코의 말에 의하면 마니는 부모님에게 버려져 저택에서 혼자 살았으며,  그곳에서 소꿉친구 카즈히코와 만나 결혼을 하였고, 딸을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카즈히코는 요절하게 되고 마니 역시 병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며 마니의 딸은 혼자서 자라게 되어 성격이 좋지 않게 되었다. 이후 마니의 딸은 결혼하여 딸아이를 낳고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그리고 마니는 자신의 손녀를 정성껏 기르다 병으로 죽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안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와 안나의 양어머니 요리코가 안나가 있는 시골로 찾아오게 된다. 그 무렵 사야카와 안나는 다음에 또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요리코는 안나에게 자신이 양육비를 지원받지만 이를 떠나 안나를 무척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안나도 마음을 열고 요리코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요리코는 안나에게 한 장의 사진을 주게 되는데, 그 사진이 안나의 할머니가 살던 집의 사진이며, 안나가 무척 소중히 가지고 있던 사진이라고 한다. 그 사진은 마니가 살던 저택의 사진이었다.
그제야 안나는 마니가 자신의 할머니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마니와의 추억은 안나가 어렸을 적 할머니인 마니에게서 듣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마을을 떠나는 날 안나는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 마을의 소녀에게 사과를 건네고, 히사코, 사야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등 예전과는 달라진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을 바꿔준 마니의 저택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마니를 발견하게 된다.


대개 지브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지브리가 더 이상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안 한다는 소식은 알고 계시던데, 장편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작품이 <추억의 마니>라는 걸 아는 분들은 상당히 적더군요.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 <바람이 분다>나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마지막 작품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


<추억의 마니>는 꽤 괜찮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흥행도 못하고 입소문도 타질 못했습니다. 감독의 전작 <마루 밑 아리에티>가 92억의 흥행 수익을 올린 반면, 이 작품은 지브리 최저 수익을 기록합니다. 그 미야자키 고로 감독도 <코쿠리코 언덕에서>로 40억을 벌었는데, <추억의 마니>의 흥행 수익은 35억으로 그칩니다. 그래서 전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가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후 <추억의 마니>가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무플이 악플보다 더 무섭다고 정말 이 철저한 무관심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지브리의 차세대를 담당하게 될 첫 번째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졌고, 개봉 후에는 지브리의 마지막 장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무래도 지브리 전(前) 대표이사 사장이자 대부분의 작품을 프로듀싱 한 스즈키 토시오가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앞으로 만들지 않는다”가 아니라 “잠시 쉰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지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를 잠시 쉬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작품은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감상을 원하신다면 일본에서 나온 DVD나 블루레이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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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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