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먼저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homoartcus/60
지브리 단편의 경우 이후 장편에 쓰일 기법들을 실험한 실험무대와 같은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럼 나머지 단편들의 소개를 이어가겠습니다.
지브리의 SF 단편 3부작입니다.
영상과 음악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들에서 스튜디오 지브리는 "스튜디오 카지노"라는 가명의 스튜디오 이름을 썼습니다. 지브리의 고정적인 시선을 지우기 위해서였을까요? 확실히 기존의 지브리의 느낌은 완전히 지워졌다고 느껴집니다.
<물거미 몽몽>은 지브리 미술관에서 2006년 1월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상상 속의 비행 기계들> 이후 4년 만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단편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물거미 ‘몽몽’이 소금쟁이 아가씨와 만나 사랑한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줄기차게 거절당하지만 물고기에게 먹힐 뻔 한 상황을 도와줘서 사랑이 싹트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물거미가 그 흉측한 외모로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사람들이 물거미를 좋아하게 하도록 만든 이야기라고 하네요. 그래서 작품의 주인공인 몽몽을 무척 사랑스럽게 그렸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좀 징그럽습니다.)
지브리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귀를 기울이면>, <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이바라드(Iblard)”라는 세계가 무대입니다. 즉 이곳에는 바론이 살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군요. 또한 등장인물 중 남자 주인공인 노나가 하울이고, 여자 주인공은 니나는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황무지의 마녀라는 숨겨진 설정이 있습니다. 사실 이 설정은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모 방송에서 슬쩍 내비친 말로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정보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이 작품은 같은 이름의 그림책이 원작으로, 그 그림책을 그린 사람이 바로 이노우에 나오히사라는 작가입니다. 이노우에 나오히사는 “이바라드”라고 하는 세계관을 만든 사람인데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세계관이 바로 이 “이바라드”라고 하는 공간입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무척 좋아하는 세계관이기도 하지요.
이노우에 나오히사와 지브리의 연관성을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5 영화 <귀를 기울이면>의 환상 장면 “바론이 해준 이야기”의 미술 제작
2001 지브리 미술관 메인 홀 벽화 제작
2005 단편 <별을 산 날> 원작 제공과 미술 제작
2007 <이바라드 시간>(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감독
<이바라드 시간> 中
새로운 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이 애니메이션은 재미있는 실험들이 잔뜩 시도된 작품입니다. 마치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의성어 의태어 등의 표현이 그대로 작품 화면 안에 표현되었고, 작품 속의 효과음들은 전부 사람의 입으로 내는 등이었지요. 이 작품에서 사람이 효과음을 직접 내는 것은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 <바람이 분다>에서도 시도되었지요.
일본 전래동화인 "쥐의 스모"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실제 나가노현을 풍경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쥐의 스모”라는 전래 동화는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지요. 간단히 내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옛날 옛적 산속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일 산에서 고된 일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기 집에 사는 쥐들이 밤만 되면 어디론가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호기심에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자 그곳에선 쥐들이 모여 스모 대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집 쥐들이 계속 지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쥐들을 위해서 꽁치 경단이나 두부 산적을 준비해서 영양 보충을 시켜줘 스모에서 이기게 도와준다는 내용입니다.
최초 공개 때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유명 스모선수들을 지브리 미술관에 초청하여 아이들과 스모를 하는 이벤트 대회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의 제작에 있어서 유럽의 풍경화와 민화가 깊이 관련되어있다고 합니다.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플랑드르 화가인 피터·브뢰겔(형)의 작품 “곡물의 수확”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네요. 명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 상상력을 부풀려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빵을 먹는 나라에서 빵에 생명이 깃든다면 어떻게 될까? 도망가겠지?라는 상상이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빵에 생명이 깃든다면 먹히지 않도록 도망을 가겠지요. 놀라운 건 실제로 유럽에 빵이 도망가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러한 상상을 바탕으로 빵이 되기 전의 누룩이라면 도망갈 때 끈적끈적하겠구나...라는 상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누룩군은 형체 없이 흐물흐물 끈적끈적합니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좋아하는 나카가와 리에코와 야마와키 유리코의 그림책을 원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털벌레 보로는 나이 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벌레의 시선으로 세계를 따뜻하게 표현해보겠다고 말한 기획입니다. 기획일 뿐으로 작품으로 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기획은 예전에 <모노노케 히메>와 같이 장편으로 기획에 올라왔다가 탈락된 작품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후 비슷한 취지의 작품인 <물거미 몽몽>을 제작했기 때문에 안 만들어질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르는 작품입니다만, 언젠가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다시금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넣었습니다.
포스팅에서 소개한 단편 작품들은 대부분 지브리 미술관 지하 1층의 작은 영화관인 <토성좌>에서 상영 중입니다. 다만 상영일정이 작품마다 다르니 지브리 미술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블루레이로 제작해서 판다면 판매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도 오직 지브리 미술관에서만 공개한다는 것이 조금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과 본문의 무단 수정을 금지합니다.
다만 원문 출처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밑의 문구와 URL을 함께 넣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