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이번에는 지브리의 각 작품별 명장면들을 뽑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최고의 컷 하나만 뽑아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한 장면만 뽑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아서 작품당 세 개씩 뽑기로 했습니다. 사실 세 개로도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서 더 문제였지만요.
이 포스팅 역시도 공감에 있어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최고 명장면들이라고 하면 이 세 컷을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테토에게 손가락을 내어주며 안심을 시키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나우시카의 성격이 잘 드러났죠.
다음으로는 인질로 잡혀있던 아기 오무가 오염된 물 속으로 들어가려 하자 온 몸을 내던지며 저지하는 장면입니다. 나우시카의 옷이 분홍색에서 푸른색으로 물들게 되는 더없이 중요한 장면이고요.
마지막으로는 성난 오무들을 진정시키고 자신을 희생한 나우시카 공주를 오무들이 다시금 치료해주는 장면입니다. 나우시카가 예언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장면으로 작품의 클라이맥스이자 결말로 넘어가는 주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명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은 파즈와 시타의 첫 만남입니다. 하늘에서 마치 깃털처럼 내려온 시타를 깃털같이 받은 파즈입니다. 뭐 받은 후에는 깜짝 놀라게 되지만요.
두 번째는 라퓨타의 거신병에게 잡혀있는 시타와 이를 구하려고 하는 파즈의 모습입니다. 사실 거신병은 단지 시타를 구하고 보호하려는 충성스러운 목적 하나밖에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최종 보스급 대우를 받게 되지요.
대망의 마지막은 바로 그 장면입니다 "바루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이지요!
<이웃집 토토로>는 명장면이 참 많아서 선택하기가 힘들었는데요. 제가 뽑은 명장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메이와 토토로의 첫 만남입니다. 잠을 자고 있던 토토로의 배 위에 올라가서 장난을 치는 메이. 토토로가 착한 괴물이니 망정이지, 참 겁도 없는 아이입니다.
두 번째는 버스 정류장에서 토토로에게 우산을 빌려준 사츠키입니다. 이다음에 토토로는 보답으로 도토리와 나무 열매, 씨앗들을 선물로 주고 고양이 버스를 타고 가버리지요.
세 번째는 토토로의 가슴(배?)에 올라타고 하늘을 나는 사츠키 자매의 모습입니다. 팽이를 돌려서 타고 날아다니는 토토로의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는 장면이지요.
다음은 <반딧불의 묘>입니다.
우선 첫 번째 장면은 "사쿠마식 드롭스"를 들고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세이타와 세츠코 남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치로 이용되지요.
두 번째 장면은 세츠코에게 세이타가 반딧불을 잡아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 제목과 맞물려서 묘하게 행복하지만 슬픈 역설적인 정서를 자아내는 명장면이지요.
마지막 장면은 죽은 세츠코를 화장하는 세이타의 모습입니다. 최루탄이 폭발하는 장면이지요.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린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사실 명장면도 명장면이지만 저에겐 OST가 더 기억에 많이 남은 애니메이션이긴 합니다.
첫 번째 명장면은 키키가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장면입니다. 마녀의 존재가 잊혀져 가는 마을에 키키의 등장은 시선을 주목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두 번째 장면은 할머니의 청어 파이 배달 후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뇌하는 장면이지요. 이후로 키키는 지지의 말을 못 알아듣게 되고 하늘도 날 수 없게 되는 등, 영화 안에서 주요한 일들의 발단이 되는 사건입니다.
세 번째 장면은 날수 없던 키키가 톰보를 위험에서 무사히 구출한 장면입니다. 키키는 다시금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스타가 되지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극 중 장치가 재미있게 작용된 작품 <추억은 방울방울>입니다.
첫 번째 장면은 어린 타에코가 자신이 연기를 하게 되어 인기 스타가 되었을 때의 상상에 나온 잡지 장면인데요. 당시 일본의 잡지 형태와 인쇄, 기사 형식들을 그대로 재현해내 참 재미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시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렸을 적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장면으로, 어른인 타에코와 아이인 타에코의 추억이 겹쳐지는 명장면입니다. 추억의 장치로 아주 멋지게 활용되었지요.
마지막은 어린 타에코가 큰 타에코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모습입니다. 토시오에게 돌아가려는 심정의 변화를 어린 타에코의 설득으로 그려낸 것에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센스에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되더군요.
너무 많은 명장면이 있어서 고민스러웠던 또 하나의 작품 <붉은 돼지>입니다. 명장면 못지않게 명대사들도 많은 작품이지요.
첫 번째 장면은 그 유명한 명대사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의 바로 그 전화 장면입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지나에게 저 말을 건네고 포르코는 자신의 비행기를 고치러 가지요.
두 번째는 커티스와의 대결 전날 무기 점검을 하는 모습입니다. 피오는 무기를 점검하던 포르코의 모습에서 돼지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게 되지요.
마지막은 막상막하의 실력을 지닌 커티스와의 대결 후에 결국 승부가 나지 않자 주먹다짐으로 승부를 보려는 모습입니다. 애들이나 중년이나 남자들은 어찌 저리 주먹다짐으로 승부를 결정하려고 하는지, 원... 중년 남성들의 아이 같은 자존심을 볼 수 있었던 장면이죠. 키덜트라는 말을 여기에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가 들린다>의 명장면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타쿠가 가지고 있던 리카코의 사진 장면이지요. 아니라고 할지라도 고교시절부터 리카코를 좋아하던 타쿠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소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유타카와 타쿠의 재회 장면입니다. 고교 동창회에 참석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 타쿠를 맞이해줬던 건, 고교시절의 절친이었던 유타카였지요. 순수했던 고교시절에 리카코에 대한 연심으로 생긴 트러블에 있어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은 동창회에서도 보지 못했던 리카코를 도쿄에서 재회하게 된 타쿠의 뒷모습입니다. 리카코는 여전히 예뻤고 타쿠는 그런 리카코를 자신이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지요. 명장면입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역시 재미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중 세 가지를 뽑아보자면...
첫 번째는 인간들을 연구하고 변신술을 익히자는 너구리들의 정책이 결정되는 순간입니다. 이 정책으로 인간들에게 맞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보존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두 번째는 백귀야행 장면인데요. 너구리들이 인간을 놀라게 해주려고 변신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시끌벅적한 사건을 일으켰는데, 인간들은 단순히 놀이공원의 홍보로 받아들이게 된 씁쓸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주인공 쇼키치가 인간 사회 속에 적응하여 살다가 친구인 폰키치를 만나 반가움에 뛰어가는 장면입니다. 역시 너구리는 너구리로 살아가야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요절한 천재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유작 <귀를 기울이면> 역시 명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 낸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지금도 살아서 지브리를 이끌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 번째 장면은 여주인공 시즈쿠가 독서 카드에서 세이지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자신보다도 더 먼저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 세이지라는 사람은 누굴까?라는 궁금함과 더불어 세이지에게 환상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지요.
두 번째 장면은 시즈쿠와 바론의 첫 만남입니다. 이 만남으로 인해 시즈쿠는 소설의 소재도 얻게 되고, 지브리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작품까지도 만들게 된 주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는 역시 "Country Road"를 부르는 시즈쿠와 연주하는 세이지의 모습이 아닐까요? 노래가 끝난 후 세이지가 바로 그 "아마노 세이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 중요한 장면과도 연결되지요.
<모노노케 히메> 역시 너무나 많은 명장면들로 인해 제게 고심을 준 작품입니다. 어째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명장면이 많은지...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더군요.
우선 첫 번째 명장면은 여주인공 산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작품 내에서 여주인공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산의 등장은 꽤 늦은 편에 속하는데요. 대신에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자신을 키워준 모로의 상처에서 피를 빨아 뱉어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등장이었죠.
두 번째는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아시타카가 인간 측인 타타라 마을의 여성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인간들의 고뇌를 이해하는 장면입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장면과는 정 반대의 장면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시타카가 이번에는 모로와 대화를 나누며 자연 쪽의 고뇌를 이해하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면은 주인공 아시타카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돼서 선택하였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명장면들이 너무나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코다마들이 나오는 장면이라던가... 사슴신 장면이라던가... 등등등
https://brunch.co.kr/@homoartcus/69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과 본문의 무단 수정을 금지합니다.
다만 원문 출처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밑의 문구와 URL을 함께 넣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