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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읽는 인간

새들의 업장

천장 | 박하선 지음

by 김담유

티베트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 세 가지를 기억하라는 말씀을 배운다고 한다. '첫째,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둘째, 죽음의 시기는 알 수 없다. 셋째, 죽음의 길에는 영적인 수행과 선행의 공덕만이 저승의 길을 밝혀준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한 점 고깃덩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그들의 시신을 미련 없이 천장(天葬)터로 보낸다. 천장터에는 몇날 며칠을 굶주려온 독수리 떼가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독수리 떼가 잘 뜯어먹을 수 있도록 천장사에 의해 잘게 부수어지고 잘린 시체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에 쪼여 순식간에 사라진다. 서너 시간 후면, 썩지 않는다는 뼈마저도 그 부리에 흔적 없이 흩어지고 오로지 머리카락만이 덩그러니 놓인다. 인간 세계의 불행과 절망과 고통 모두를 쪼아 없애주겠다는 듯 그렇게 오늘날까지도 가열하게 반복되고 있는 독수리들의 부리 놀림이, 그 질긴 업장이, 잘려 흩어진 인간 시체보다 더 눈앞을 압도하는 까닭은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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