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노파는 우격다짐하듯 보따리를 넣고 있었다
자정 가까운 종로5가
공기도 들 수 없을 만큼 꽉 들어찬 역내 물건 보관함
그곳에 무언가 자꾸 채워지고 있었다
방금 전, 등심 두어 점과 마늘 반 조각의 상추쌈을
입에 넣고 우걱거리던 순간. 그 순간, 우걱거림에 문득
生 자체가 급하게 체해버린 것만 같던 순간. 그 순간, 뱉어낼 수도
더 이상 우걱거릴 수도 없는 울고 싶음의 막막함
분명, 그런 것은 아니었다
때 절은 손수건에 말았을 담배쌈지. 해지고 물 빠졌을
두어 벌 정도의 몸빼바지. 가끔씩 입 안을 들썩여줄
누우런 엿가락들. 입을 함구한 채 쑤셔 박히는
새로 틀지 못한 솜뭉치들
분명,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어떤 보따리나 보관함에도 들지 못하는
어디서부터 꾸역꾸역 밀려오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허기 같은
그 시커먼 아가리 속
채워질 무언가가 더 남아 있다는 듯
노파는 쉽게 문 잠그지 못하고 등이 굽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