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왕십리를 지나고 있다 단란주점 女心의 문이
비끗 열려 있다 홀내를 가득 채운 홍등의 불콰한 눈빛이
초췌하다 거리로 몰려나온 술꾼들 뒤룩한 뱃살 근처에
드럼이 있다 둥둥둥둥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저 먼 나라의 가수여 '그녀는 왜 늘 닫혀 있는가
왜 거기에 없는가' 울부짖는 가수여 사람들은 저마다
뱃속에 자작나무로 둘러친 질긴 울음보를 품고 있어
이 밤에도 미친 듯 기어를 끌어당긴다 밤의 내밀한 속살을 뚫고
배추 썩는 냄새 진동하는 새벽시장을 지나 고가를 타고 넘어
시속 수천만 년의 속도로 이 어두컴컴한 세상의 기계를
통과하고 있다 둥둥둥둥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그녀와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그녀를 부르짖는 가수와
족쇄 같은 넥타이에 질질 끌려 어디론가 흩어지는 술꾼들
차례차례 꺼지는 간판과 차례차례 휘청거리는 가로수
멀리 강이 돌아눕고 아차산 관악산 북한산이 끄응, 신음한다
언젠가 한날한시에 완성될 이 밤의 완벽한 퍼즐판이여
지금 조각들은 엇박자로 돌아가고 있다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어쩔 수 없이 왕십리를 지나고 있다 왕십리를 지나쳤다
왕십리를 지나칠 것이다 노래하는 가수여 노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