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고 있다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목련이 지고 있다



도로 위의 꽃, 내가 으깨며 짓밟고 가는 꽃, 숨을 할딱거리고 있다 간밤의 비바람은 거셌고 미련 없이 나무는 돌아섰으나 꽃들, 꽃들의 모가지는 아직 바르르 간질 발작 중이다 사지를 늘어뜨리고 거품 물고 있다 비 그친 미술관의 적요한 하오, 장막처럼 늘어져 있던 화폭의 우울한 영혼이 꽃들의 땅으로 내려와 桎梏처럼 짓물러간다 누군가 꽃들의 몸속에서 돌무덤을 쌓고 있다 단 한 번에 흐드러지다 단 한 번에 목 부러뜨리는 꽃들, 處女처럼 한사코 떨어져 내리는 눈부신 장의행렬, 누군가 관 속에서 쿵쾅쿵쾅 망치질을 하고 있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성곡미술관 앞, 어슬렁거리는 개 한 마리와 인적 없는 봄이 잠깐 송두리째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