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해한 계단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불가해한 계단



그 겨울, 눈앞을 부옇게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던 것은 안개가 아니라 서해였다 서해가 아니라 안개였다 아니, 서해도 안개도 아닌 불가해함쯤으로 해두자 사백열아홉 개의 구불텅 휘어진 계단을 명목 없이 오른 그 길엔 태풍의 전조가 참나무 뼛속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돌아서서 내려갈 생각을 했던가 어디 비바람 피할 썩은 둥치의 시간은 없는가 붉은 재킷을 입은 한 무리의 중년이 뱃살을 뒤룩거리며 톡 톡 스틱을 찍고 있었다 스틱의 무리는 미래와 과거가 뒤섞인 어느 한때의 허방을 짚고 있었다 도로 빼낼 수도 마냥 빠져 있을 수도 없는 굴헝, 세상 모든 휘청거림의 줄기를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사람들이 오후의 바둑알처럼 점점이 내려서고 나는 잠시 돌아서서 눈앞을 들이켜도 좋았다 서해와 안개의 쌉쌀한 계단이 목젖을 타고 넘어와 내 안 어딘가 깊숙한 곳으로 당도한 듯 눈앞의 불가해함만이 훤히 내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