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 병원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밀랍 병원



들것이 실려 들어온다

대기 중이던 병자들 사이로

모포에 둘둘 말린 미라가 일순위로 지나간다

미라의 입술은 서럽고 격하게 일그러져 있다

텅 빈 파이프 구멍처럼 벌어진 여자의 입

승용차가 충돌하는 순간

몸속 미로에 갇혔던

수천 년의 비명이 단 한 번에 목젖을 찢고

뛰쳐나간 흔적은 일그러져 있다

그 일그러진 상형문자 위로

다크브라운색 루즈가 질펀히 번져 있다, 꿈틀

세 가닥의 핏줄기가 이마를 가르며 흘러내린다

눈앞을, 무엇이 지나갔는가

무엇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흘러가버린 것인가

세 가닥의 핏줄기가 미라를 현실로 데려다놓는 동안

빠개질 것 같은 이마

칼로 저미듯 밀려오는 사지의 통증이

내과 앞 대기실 의자에 팽개쳐진 핸드백 안에서

불쑥, 이물질로 울려지는 휴대폰 벨소리처럼

진행 중이던 죽음과 진행 중이던 삶을

흔들어 깨울 것이다

아직은 양쪽 모두 무사하다는 듯

들것 실려 들어간 쪽으로

우르르 몰려서는 미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