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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Feb 27. 2019

군살 없는 영혼의 좌충우돌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달려라 자전거 | 김성만 지음

유라시아 열두 나라를 432일 동안 자전거로 순방하고 돌아온 젊은 청년의 여행기를 편집하는 동안 지난하기만 하던 여름이 지나갔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여행이 마침내 끝났듯이. 놀랍게도 저자가 여행을 시작한 날은 6월 30일, 내가 이 원고를 처음 받아든 날과 일치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중국의 더위에 힘겨워할 때면 나 또한 더위에 힘겨웠고, 끝없이 펼쳐진 티베트의 광활한 땅에 감동할 때면 나 또한 감동했으며, 사랑하는 여자의 부음을 전해 듣고 네팔 화장터에서 슬픔을 삭일 때면 나 또한 슬픔으로 가슴이 아팠다. 


저자는 전문 글쟁이도 아니고 전문 사진가도 아니다. 하지만 원고와 사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공명시킨다는 점에서 그는 ‘전문인’ 이상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게 틀림없다. 행간과 이미지 사이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아니 깊숙이 감춰져 있어 마음의 눈으로만 읽어 들일 수 있는 그의 어떤 ‘프레임’을 가늠하며 그가 직접 달리고 촬영한 유장한 대륙 유라시아를 즐겁게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보면 문득문득 페달 위에서 거칠게 박동하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주머니는 헐겁고 가진 것은 자전거와 카메라, 그리고 체력밖에 없는 이십대 청년, 말도 서툴고 지리도 밝지 못하다. 하지만 그는 달렸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속도를 즐기며,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고지대부터 새들만 노니는 저 프랑스 저지대까지, 평화로움과 신비로움이 넘쳐나는 세계 4대 종교 발상지에서 여전히 전운의 긴장이 감도는 파키스탄 서부 사막 지대까지, 기쁨과 슬픔, 이완과 긴장, 문화와 문명 사이를…. 


두 바퀴 자전거로 횡단한 이번 유라시아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고 물었더니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요. 자연이 정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요.” 그러한 경외감을 품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물었더니 이번엔 이런 답을 들려주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우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그가 다녀온 모든 길을 보여주기엔 58편의 여행기와 100여 컷의 화보, 24편의 포토에세이로는 모자라다. 하지만 엿볼 수는 있다. 그가 무엇을 보았고 어떤 이들을 만났으며 그러한 만남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중국에서 여행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살집이 통통했던 저자는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갈 때쯤이면 군살 하나 없는 라이더로 변해 있다. 성숙미가 물씬 풍긴다. 군살 없는 영혼…이런 표현을 읊조리며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슬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이런 건장한 청년들이 한국에 있다고 생각하니 신난다.


(2008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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