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미―침윤 5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독거미

―침윤 5



봉두난발한 여자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들판을 헤매며 울고 있다 왜 우느냐 물어도 대답 없다 어디서 왔느냐 물어도 대답 없다 짓물러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는 내가 아니다 어디선가 본 적도 없다 어디선가 만난 적도 없을 것이다 우는 여자의 심사와 역사쯤이야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자의 얼굴은 암흑이 된다 암흑을 둘러싸고 어지럽게 흩날리는 머리칼은 그러나 테스의 영혼일 것이다 저 위태로운 머리칼마다 매달려 요동치는 지레발들이 보이는가 눈앞이 캄캄하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왜 우느냐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갈 것이냐 대답하려 입을 벌리지만 내 입에선 거미가 튀어나온다 꽁무니마다 서사를 매달고 멀어져가는 거미들 아니 거미줄, 언젠가 내 입속으로 돌아와 꽂힐 사금파리들을 무장무장 토해내고 있는, 나는 한 마리 독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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