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일기 #1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서대문 일기 #1


건너편 순대국밥집 지붕 위에 밤새 내려 쌓인 눈이 어린 계집아이 속살처럼 미답지로 남아 반짝거린다 이런 날에는 내 무의식에도 폭설이 쏟아진다 언제 이렇게 찾아오셨는가, 물으며 손 내밀 새도 없이 눈은 나리고 나린 후에야 떠지는 시린 눈〔目〕은 흰색을 노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곧 노파가 될 계집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지나가는 순대국밥집 앞유리문, 성에 두터워진 저 뿌연 門 안쪽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나 이런 날 시린 손끝은 더 이상 통증이 아니고 굴뚝에서 아이들의 쉬어버린 입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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