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서대문 일기 #2
피켓 든 무리가 독립공원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대형 버스가 우악스러운 세월처럼 내달리는 고가도로에 ‘군국주의 역사왜곡 고이즈미 방한 반대’ 플래카드가 백기처럼 펄럭이고
길 건너 구멍가게 주인 여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좀도둑이 들었노라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퇴근 무렵, 가는귀먹은 노파의 안구처럼 침침해지고 있는 마른 거리에 얼굴 없는 혼백들 무심히 뒹굴다 가는지
정문 아닌 북쪽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사십 분 만에 구멍가게를 털고 내뺀 시궁쥐 한 마리를 찢어발기는 퍼포먼스를 계속한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성 시내 열네 곳에 이십일 개 중대 삼천여 명의 병력이 배치되었다는
석간 일면을 흘끔거리는 사내의 입에서 쩌억쩍 찢어지고 있는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