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일기 #4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서대문 일기 #4


내 몸뚱이를 들키고 싶을 때가 있네 내 혼을 빼앗기고 싶을 때가 있네 간이 의자에 돋보기 쓰고 앉아 사주팔자 풀고 있는 저 길거리 여자를 통과할 때마다, 귀찮게 따라붙는 앵벌이의 바구니에 적선하듯 내 꼬깃꼬깃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몽땅 던져 넣고 싶을 때가 있네 째진 눈으로 십 년 대운의 기울기를 조망하고 공방과 역마살을 예언하는 여자의 쪼글쪼글한 입술 노려보며 사시나무처럼 진동하고 싶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 한 가닥 불지 않아 사막도 숨쉬기를 멈출 때, 권태도 멈추고 무의식마저 소멸해 비밀 없는 여자처럼 내 몸 가벼워지면 저 늙은 길거리에 나앉아 그대를 마음껏 낄낄거리려네 가진 것 너무 많아 徒勞인 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