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이것은 Claude에게 물어봐. 그리고 비용은 AWS에서 확인하고, 그래프는 Python으로 만들어 줄게.”
만약 이런 말을 하는 ‘AI 비서’가 옆에 있다면 어떨까. 사용자 대신 수많은 정보를 찾아주고,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며 복잡한 업무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AI. 어쩌면 이 모습이 우리가 꿈꿔온 AI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새로운 연결 방식과 Amazon Bedrock Agents의 결합 덕분이다. 이 둘의 만남은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기업용 AI 자동화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중이다.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도입하려 했지만, 한 가지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AI는 문장을 이해하고 대답은 잘하지만, 실제 업무를 처리하려면 다양한 외부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에 답변하는 AI가 단순한 FAQ를 넘어서 실제 배송 상태나 결제 정보를 확인하려면, ERP나 CRM 같은 시스템과 연동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연결은 매번 복잡한 코드를 짜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류도 많았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해법이 바로 MCP다. MCP는 다양한 데이터 소스와 도구를 AI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통역 프로토콜’이다. 기존에는 시스템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했지만, MCP 덕분에 이제 AI는 하나의 공통된 언어로 다양한 시스템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Amazon Bedrock의 Claude 3.5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AI 에이전트가 있다고 해보자.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한 후, 필요한 정보를AWS 비용 분석 도구(Cost Explorer)에서 가져오고, 그 데이터를 Perplexity AI로 분석한 뒤, 결과를 Python 코드로 시각화하는 복잡한 작업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에이전트 안에서 이루어지며, 각 도구는 MCP 서버를 통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핵심은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도구를 골라 쓰고, 결과를 종합해 대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유능한 비서가 여러 팀에 전화 돌려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깔끔하게 보고서로 정리해주는 것과 같은 구조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Amazon Bedrock의 InlineAgent와 MCP 클라이언트가 액션 그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쉽고 단순한 건 아니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AWS 계정 설정, IAM 권한 부여, MCP 서버 설치, Docker 설정, API 키 관리 등 몇 가지 기술적인 절차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일단 시스템이 구축되면, 그 이후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사용자나 개발자는 더 이상 복잡한 코드를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에이전트가 알아서 필요한 도구를 호출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기업 내 여러 시스템과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복잡한 환경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고객상담, 내부 재무 보고, IT 모니터링, 비용 절감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도우미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이 모든 걸 더 적은 비용과 더 빠른 속도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MCP와 Amazon Bedrock의 조합은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AI의 사용성과 응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일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던 업무를 이제는 AI가 맡는다.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던 일까지도, 이제 AI가 '도와줄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MCP는 AI 에이전트의 시야를 넓히고, Amazon Bedrock은 그 에이전트에게 실제 실행력을 부여한다. 이제 AI는 단순히 대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업무를 ‘실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시각화까지 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마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돌아올 시간보다 더 짧을지도 모른다.
실제 구현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예를 들어, “지난 7일 동안 내가 가장 많은 비용을 쓴 AWS 서비스가 뭔가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이 질문을 처리하는 에이전트의 내부 흐름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질문에 등장한 ‘Amazon Bedrock’에 대한 개념을 해석하기 위해 에이전트는 Perplexity AI MCP 서버에 질문을 보낸다.
이후 실제 사용자의 AWS 비용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AWS Cost Explorer MCP 서버를 호출한다. 이 서버는 CloudWatch 로그를 통해 Bedrock 사용량까지 분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Python 코드 인터프리터를 활용해 시각화 작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별 비용을 바 차트로 정리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하는 식이다.
이 모든 작업은 하나의 InlineAgent 내에서 순차적으로 수행된다. 사용자는 단순히 자연어로 질문했을 뿐인데, 에이전트는 스스로 필요한 도구를 판단하고, 연결하고, 실행하고, 종합해서 대답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MCP 서버의 역할이다. 각 도구는 MCP라는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새로운 도구를 추가하거나 교체하더라도 복잡한 설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 즉, MCP는 ‘AI의 도구 창고’ 역할을 하며, Amazon Bedrock은 그 창고를 열고 쓸 수 있는 ‘손’이다.
그리고 이 MCP 클라이언트들을 액션 그룹에 추가하여 에이전트가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 액션 그룹은 에이전트가 상황에 따라 적절한 MCP 서버에 요청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구조 덕분에, Amazon Bedrock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진정한 멀티툴형 AI 에이전트로 진화할 수 있게 된다.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Slack, GitHub와 같은 협업 툴에 MCP 서버를 연결하면, 개발자가 코드 리뷰 중 Slack에 “이 커밋 어디서 에러가 발생했지?”라고 물었을 때, 에이전트가 GitHub MCP 서버에서 관련 정보를 찾고, 슬랙에 바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 개발 생산성은 말할 것도 없이 높아진다.
또 다른 예로, 머신러닝 실험을 진행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위한 에이전트를 만들 수도 있다. 실험 결과를 Comet ML과 같은 플랫폼의 Opik MCP 서버에 기록하고, 실시간 그래프나 로그를 확인하며 빠르게 실험을 조정할 수 있다. 일일이 노트북에 로그를 적고 비교할 필요 없이, 에이전트가 알아서 데이터를 정리해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기술의 진정한 강점은 확장성과 보안성이다. 기존에는 시스템별로 다르게 구축된 API 연결 방식이 유지보수의 악몽이었다면, 이제는 MCP라는 표준을 통해 모든 도구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게다가,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툴이 업데이트되거나 교체되어도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바꿀 필요 없이 MCP 서버만 수정하면 된다. 즉, AI 시스템이 진화하는 동안에도 에이전트의 유지보수는 간단해진다는 점은 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AI의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대화형 도우미’였지만, 앞으로는 ‘작업 실행형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데 있어, AI는 이제 나침반이 아니라 키잡이가 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질문을 던지는 것.”
그 다음은, AI가 알아서 해준다.
그 중심에 MCP가 있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