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말만 하면, AI가 대신 이메일을 보내주고,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자료까지 정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진짜 그렇게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MCP'라는 기술이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내용은 꽤 간단하다.
MCP는 영어로 Model Context Protocol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하면, AI가 여러 도구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정해주는 규칙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휴대폰 하나로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는 것처럼, AI도 이 MCP를 이용하면 여러 일을 하나로 연결해 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AI는 질문에 답하는 정도에 그쳤다. 예를 들어, "이메일 내용을 써줘" 하면 내용은 써주지만, 그걸 복사해서 이메일 프로그램에 붙여 넣고 보내는 건 사람이 해야 했다. 그런데 MCP를 쓰면 AI가 이메일도 직접 보낼 수 있다. 이메일 쓰기, 이미지 만들기, 웹사이트 구성하기 같은 여러 도구를 스스로 고르고 사용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방식은 처음에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기능에서 시작됐다. 'Cursor'라는 코드 편집기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겉보기엔 그냥 글자 쓰는 창 같지만, 이 안에는 Slack 메시지 보내기, 이미지 만들기, 데이터베이스 확인 같은 다양한 기능이 숨어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복잡한 프로그램을 일일이 실행할 필요 없이, AI에게 "지금 상황 알려줘"라고 말만 하면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모아 정리해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3D 모델을 만드는 프로그램인 Blender는 보통 배우기 어렵다. 하지만 MCP를 이용하면 "강아지 모양 캐릭터 만들어줘"라고 말만 해도 AI가 그걸 알아서 만든다. 디자이너, 마케터, 영상 제작자처럼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MCP가 특별한 이유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기 때문이다. 원래는 사람들이 API라는 방식으로 도구를 연결했다. 마치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듯이,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MCP를 쓰면 AI가 도구를 스스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단순한 이메일 전송 기능뿐 아니라, 초안 작성부터 전송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복합 기능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MCP는 지금 대부분 한 사람만 사용하는 환경에 맞춰져 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누가 어떤 도구를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AI가 도구를 사용할 때 보안도 중요하다. 누군가 몰래 내 정보를 빼가지 않도록 안전하게 연결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게이트웨이'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AI가 도구를 사용할 때 이 게이트웨이를 거쳐야만 작동하도록 하면, 보안도 지키고,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도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AI가 여러 단계를 차례대로 실행해야 하는 상황도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를 만들고, 그걸 이메일로 보내고, 다시 그 내용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식이다. 지금은 이걸 각각 따로 시켜야 하지만, MCP가 발전하면 AI가 이 모든 걸 스스로 계획해서 순서대로 해낼 수 있다. 마치 인간처럼 일하는 AI가 되는 것이다.
또, 앞으로는 AI가 어떤 도구를 쓸지도 직접 고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사람이 도구를 찾아서 연결해줘야 하지만, 나중엔 AI가 '툴 마켓'에서 적당한 도구를 찾아서 자동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자연스럽고 쉬워지면, 누구나 AI와 함께 일하는 세상이 열린다.
이제는 단순히 AI가 '똑똑한 답변'을 주는 것을 넘어서, 직접 실행까지 해주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MCP는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다. 앞으로 MCP가 더 발전하면, AI는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진짜 '디지털 동료'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동료와 함께 일하며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