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PPT작성도 구글 제미나이와 노트북LM에서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1205 브런치.png [노트북LM과 제미나이 슬라이드 인포그래픽, 그림 : 이용호 with 노트북LM]

요즘 요리 초보자들을 위한 밀키트가 인기다. 재료가 다 손질되어 있어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반면, 전문 셰프가 내 취향에 맞춰 코스 요리를 짜주고 조리법까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구글이 내놓은 AI 프레젠테이션 도구들을 보면 이 두 가지 방식이 떠오른다. 자료를 넣으면 알아서 요리해 주는 노트북LM과, 사용자의 주문에 맞춰 레시피를 짜주는 제미나이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 노트북LM은 마치 밀키트와 같다.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재료, 즉 문서나 웹페이지 링크를 넣어주면 AI가 이를 분석해 인포그래픽이나 슬라이드라는 요리를 내놓는다. 문제는 이 밀키트의 포장이 너무 단단해서 내용물을 내 입맛대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트북LM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수정이 불가능한 이미지나 PDF 파일 형식이어서, 텍스트를 고치거나 구성을 바꾸는 일이 매우 까다롭다. 게다가 한글이라는 재료를 넣었을 때 제대로 요리되지 않고 글자가 깨져 나오는 현상도 아직 치명적인 단점이다. 보기에는 근사한 프랑스 요리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덜 익었거나 간이 맞지 않아 손을 댈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하지만 제미나이 3.0 프로의 한글 학습능력을 고려하면 이 부분도 곧 개선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반면 제미나이는 내 옆에서 함께 고민하는 보조 셰프에 가깝다. 채팅창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발표 자료를 10장으로 만들어 줘라고 주문하면, 제미나이는 순식간에 슬라이드 구성을 제안하고 초안을 만들어준다. 사용자가 내용을 더하거나 빼고 싶다고 말하면 즉시 반영한다. 결정적으로 제미나이가 만든 요리는 구글 슬라이드라는 열린 접시에 담겨 나온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소스를 더 붓거나 플레이팅을 다시 할 수 있다. 모든 요소가 수정 가능한 상태로 제공되기에 사용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반영한 최종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도구의 차이는 단순한 기능의 차이를 넘어, AI를 대하는 우리의 방식을 보여준다. 노트북LM은 AI가 완성된 결과물을 던져주는 일방적인 방식이라면, 제미나이는 AI와 사람이 대화를 통해 결과물을 다듬어가는 상호작용의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제미나이의 방식이 훨씬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다. 우리가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주장을 청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I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자유롭게 내용을 수정하고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무실 풍경도 바꿔놓을 것이다. 예전에는 파워포인트를 켜고 흰 화면을 보며 무엇부터 채워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면, 이제는 제미나이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뼈대를 잡는 시간으로 단축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배하던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시장에 구글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물론 아직 AI가 만든 디자인이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엉뚱한 이미지를 넣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안목이다. 아무리 좋은 밀키트나 보조 셰프가 있어도, 최종적인 맛을 결정하고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은 주인의 몫이다. AI가 화려한 슬라이드를 만들어줄 수는 있어도, 그 안에 담길 진정성 있는 메시지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구글의 새로운 도구들은 우리에게 귀찮은 단순 작업을 덜어주고, 진짜 중요한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AI라는 똑똑한 파트너와 함께 더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법을 익혀야 할 때다. 노트북LM의 시행착오와 제미나이의 가능성은 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 작가 프로필


@손잡인_이용호 프로필.jpg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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