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본다는 것

나의 공간과 우주의 범위

by Ellie

처음으로 별자리를 알려준 사람은 사촌 언니였다. 나보다 2개월 먼저 태어난 언니가 어떻게 오리온자리를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어느 날에 나란히 놓인 별 세 개와 그 건너편의 별 두 개를 이으면 '오리온자리'가 된다고 알려주었다. 국민학생이었거나 그보다 더 어린 시절이었던 것 같다.


검은 하늘을 올려볼 때마다 오리온자리를 찾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일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갈 때도 하늘에 떠 있는 그 별자리를 보면 반가웠다. 겨울철 별자리인 것도 모르고 일 년 내내 찾았던 것 같다. 요즘 초저녁에 밝게 빛나는 별이 금성이란 것도 안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오리온자리'는 더 많은 별을 이어야 완성된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오리온자리.jpg


어제는 토성을 봤다. 눈으로 보면 수많은 별 중 하나로 보이는 그 행성은 망원경으로 보니 고리를 품은 태가 살짝 드러나는 붉은색 점이었다. 쌍둥이자리와 게자리가 밤새 산 너머로 지는 것도 보았다. 직녀성이라 불리는 베가도 보았다. 이제는 오리온자리 말고도 다른 별자리를 밤하늘에서 찾아내 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여름, 호주에서 분명히 엄청 아름다운 하늘을 보았다. 머리 위로는 커다란 은하수가 지나고 있었고, 땅 위에도 별이 있는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바닥에 누워 셀 수 없는 별의 부스러기를 보았다. 하지만,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도 그때 밤하늘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의 감상만이 떠오를 뿐이다.


어젯밤엔 태어나 처음 가본 마을의 길가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보았다. 개들은 경쟁하듯 짖어대고, 바람은 계속해서 우리를 움츠리게 하였다. 겨울철 별자리들이 지고 봄, 여름철 별자리들이 떠올랐다. 망원경을 새로 산 언니 덕에 별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목성도 보았고 토성도 보았다. 우리가 몇백 번 죽고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북극성 같은 별이 다른 별로 바뀔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몇백 번 죽어야 하는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 은하가 부딪힐 것이란 얘기도 나누었다. 그때 나는 별들이 지구의 관람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공룡도 보았을 것이고, 유적과 유물을 볼 때만 겨우 체감되는 인간의 역사도 지켜보았을 것이다. 별들은 그보다 더 작은 나의 역사도 보고 있겠지. 우주 멀리 암흑 속에서 별은 '공간의 무한성'뿐만 아니라 '시간의 무한성'을 빛내고 있음을, 문득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내게 별을 본다는 것은 우주의 공간과 시간을 새삼 깨닫는 일이다. 나의 공간과 시간을 우주의 범위만큼 확장하는 순간이다. 유한한 생을 살아갈 내게 주어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내가 별을 보는 이유다.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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