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이데이 메이데이> 브런치 ver.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라. 오늘 나는 주제넘은 간섭을 좋아하는 자, 배은망덕한 자, 오만불손한 자, 거짓말쟁이, 음모를 꾸미는 자, 버릇없는 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의심하고, 그 이유에 대하여 고민하지 마라. 그대 내면의 이성에 의존해서는 알 수 없는 일들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다른 일을 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
▐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에서
"우리 사귀는 거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할까?"
“난, 사람들의 말이 무서워.”
"사람들의 말?"
"응, 선의든, 악의든, 어떤 의도가 있든 없든, 그 내용이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말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난 너무 싫어. 기분이나 감정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처참한 폐허로 만들어 버리거든. 난 폐허가 되고 싶지 않아."
“며칠 전에 학교 앞 카페에서 혜아 언니가 어떤 남자랑 이야기 나누는 거 본 적 있는데, 그때 언니 표정이 무척 불편해 보였어요. 숨고 싶어 한다랄까. 분명 그런 표정이었어요.”
“언니가 한 번 결혼했다가 이혼했다는 말도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남편이 알코올 중독이었다는 말도요. 남편이 술만 마시면 언니를 막 때리기까지 했다고.”
“정말? 아, 그래서 저번에 알코올 중독과 관련해서 잘 알고 있었던 거였구나. 미술 전공한 사람치고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니깐.”
“미술이랑 알코올 중독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리고 결혼이나 이혼은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인 것 같고, 그냥 엑스 애인이 이상한 사람이었던 거 같긴 해. 그래서 그 애인에게서 도망쳤다가 학교 다니고 있는 것이 걸린 거 아닐까 싶거든.”
“근데 그 언니 알고 보면 되게 비싼 것들하고 다니는 거 알지?”
“너도 아는구나. 우리 언니가 사고 싶어 했던 백이랑 똑같은 거 갖고 다니는 거 보고 알았거든.”
“한 두 개가 아니고 가지고 다니는 것들이 모두 명품일 때도 있었어. 백뿐이냐, 구두도 그렇고 액세서리들도 그렇고, 기죽어서 같이 못 있겠더라고.”
“누구는 비싼 거 없어서 안 하고 다니냐. 학교가 무슨 패션쇼장도 아니고 뭘 그렇게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 술집 여자도 아니고”
“혹시 고급 술집에서 일했던 거 아닐까?”
“그럼 학교로 찾아온 그 남자, 술집에서 일하는 사장이나 실장 같은 사람 아니야? 그래서 숨으려고 했었던 거고?”
지구를 지배하는 최고 종족으로 자리매김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와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 속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 나는 사실 뭔가 다른 종족이지 않을까?
그들의 공동체 속에 자연스레 어울리면서도 항상 그들에게 화가 나고 이질감을 느끼는 나는 사실 생물학적으로 약간 그들과 다른 특성을 가진 게 아닐까?그리하여 전설과도 같은 가설을 세워 보기로 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점령한 지구에 사실은 예전부터 ‘호모 센서티브’라는 희귀종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현대 사회에 은밀하게 숨어 있다. 그중 일종의 각성을 거쳐 ‘호모 베리베리 센서티브’가 된 자도 있지만 드물다. 호모 센서티브는 호모 사피엔스가 우울증, 대인 기피증 등이라 일컫는 증세를 생물학적으로 내재한다.
대부분의 호모 센서티브는 자기가 호모 사피엔스인 줄 알고 살아간다. 심지어 그들은 동족도 알아보지 못해 간혹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 박수진, <당신도 ‘호모 센서티브’입니까?> 중에서